미·이란 사태 불똥 튈라···촉각 곤두세운 제약·의료기기 업계
미·이란 사태 불똥 튈라···촉각 곤두세운 제약·의료기기 업계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1.0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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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관계 일촉즉발 치닫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직격탄
이란 제약시장 최근 급성장···미국 재가 없이는 이란과 교역 어려울 듯

미국이 이란의 군사 지도자인 가셈 솔레마이니를 제거하면서 촉발된 두 나라 간 갈등의 여파가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특히 한때 이란과의 교역을 통해 새로운 해외 시장을 창출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던 국내 제약·의료기기 업계는 '노심초사'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 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 6일 코스피·코스닥의 의약품·제약업종 대부분이 하락세로 마감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은 2.54%, 코스닥 제약업종은 3.28%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등이 줄줄이 하락해 대부분의 업종이 약세로 마쳤다. 

국내 제약업계 등은 아직 이란과의 교역량이 크지는 않지만 이번 사태가 전 세계 무역에 미칠 영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던 이란 시장으로의 수출 길이 당분간 사실상 막히게 된 데 대한 실망감 등이 관련주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란 제약 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한 까닭에 국내 관련 업계에서도 교류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세계 17위의 경제 대국이자 인구 8000만 명이 넘는 이란은 제약 분야를 자립화하는 동시에 국부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기술이전이나 합작투자 형태의 외국 파트너 기업 유치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이란의 인구구조는 65세 이상 인구가 5% 수준인 반면, 35세 이하가 인구의 48%를 차지하는 피라미드형으로 향후 인구 고령화 진행에 따른 의약산업의 성장폭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8년 코트라의 이란 제약산업 동향 보고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란의 제약시장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2017년 21억 달러 규모로 전년대비 13.7% 상승했는데, 이는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하면서도 인도적 물품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이란 제약 전시회(IRAN PHARMA)는 이란의 주요 의약 연구기관 및 제약기업 130개사의 스폰서를 바탕으로 140개 외국 기업과 486개 이란 기업이 참여한 이란 최대 제약 전시회로 성장했다.

이란 제약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에 우리나라도 관련 교역 증가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 2016년 5월 한국제약협회는 이란제약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채결해 국내 기업의 진출을 본격적으로 돕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도 보건정책·병원건설·의료기기·제약 수출 등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5년간 2조30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작년 9월부터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이란 경제 제재 하에서도 의약품과 의료기기 같은 '인도적 물품'에 대해선 제재 예외를 인정했던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인도적 물품에 대해서도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이란 최고 군사지도자 암살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에 들어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재 강화가 우리나라 의약품, 의료기기 수출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경제 압박으로 인해 최근 이란 정부가 의약품 등에 대한 수입절차 간소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내 의약품 등을 이란에 수출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치닫고 있는 미국과 이란간 경색 국면이 어느 정도 완화되기 전까진 이같은 전망은 핑크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와 이란간 교역을 '허락'해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인도적 교역을 재개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사실상 미국의 동의가 없이는 힘들기 때문에 현재처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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