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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코앞인데 여당 정치인 '노쇼'···정부 성토장 된 의료계 신년모임
총선 코앞인데 여당 정치인 '노쇼'···정부 성토장 된 의료계 신년모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1.03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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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병협 주최로 3일 프레스센터서 신년하례회 개최
의료계, 야당 정치인 등 성황 이뤘지만 여당 의원은 '전무'
최대집 회장 "문 케어 부작용 대두, 최선의 진료환경 만들 것"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의료계와 병원계 관계자들이 모처럼 다같이 모였지만, '덕담'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특히 이날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행사장을 찾았음에도 여권 관계자들은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여운을 남겼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와 대한병원협회(회장 임영진)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0년 의료계 신년하례회를 개최했다. 

이번 신년 하례회에는 외빈으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소속 박인숙, 김승희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데 반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오는 4월에 있을 총선을 목전에 두고 의료계 대표자들이 대거 모이는 자리에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노쇼'를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선거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의료계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날 저녁에 있었던 대한한의사협회 신년교례회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나란히 참석했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비판적인 의료계와 야권 관계자들로 구성되다 보니 이날 행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성토장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새해에는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회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개혁 성과를 얻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우선 “2년 전 의료계가 우려하고 예언했던 대로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필수의료와 의료전달체계 붕괴, 건강보험재정 위기 등 의료계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의료계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뜻”이라며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진료거부권 보장, 면허관리 기구를 통한 자율규제권 및 면허관리체계 확보 등 보건의료정책에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해 '한국 의료 정상화'를 위해 많은 일들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 안에 서로 다른 목소리와 입장차들이 존재하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이 소망하는 목표”라며 “의협이 이 모든 목소리들을 충분히 듣고 균형 있게 조율하며 합리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서 임영진 병협 회장은 먼저 ‘대립과 갈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힘을 보여주는 협회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임 회장은 “‘한 사람이면 패하고,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고, 세 겹줄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강력한 의지와 단합된 힘으로 ‘콜라보 메디칼스’를 이루는 한 해가 되도록 병원협회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와 국민, 의료계의 신뢰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제는 '의료가 국력'인 시대로 대한민국 의료가 제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으려면 현실에 맞지 않는 의료정책을 개선시켜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동시에 대립과 갈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수장들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은 정부와 의료계가 손을 맞잡고 의료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함께 해결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며 국민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주최한 자리인 만큼 논쟁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최대한 무난하게 축사를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박 장관은 대신 환자 맞춤형 신약과 신의료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최대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데이터를 구축 사업 추진과 핵심 의료기기 개발에 투입되는 정부 R&D 규모 대폭 확대 등 올해 정부의 역점 사업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박 장관은 “4차 산업 혁명으로 축약되는 미래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는 도전으로, 보건의료 현장에 있는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한만큼 정부는 의료계가 국민에게 신뢰받고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함께 대화해 미래산업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이어진 정치권 인사들의 축사는 다시금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과 의료인 폭행 사건 등 열악한 의료 환경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의료인은 선망의 직업이지만, 힘들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 원인은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의 폐해는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과 건강보험재정 인상 등을 낳았다”며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분야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한국당은 의료계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 의료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의료계는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으로,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세계인을 끌어모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의료의 발목을 잡고 있어 의료산업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인숙 한국당 의원 역시 “정부 정책에 의료계는 항상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케어도 ‘안된다’가 아니라 ‘부작용이 많으니 보완해 시행하자’는 것이었는데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예산이 엉뚱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신년 하례식에는 이 외에도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김철수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등 의료계와 유관 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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