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권리인 듯 권리 아닌 권리 같은 그것
권리금, 권리인 듯 권리 아닌 권리 같은 그것
  • 전성훈
  • 승인 2019.12.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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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64)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권리금이란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 권리금을 아냐고 물으면, 대부분 ‘안다’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을 물으면, 대부분은 ‘잘 모른다’라고 대답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기는 아는데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것, 그리고 ‘권리’라는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예외의 예외까지 있어 과연 권리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권리금이다. 그렇기에, 아래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지방도시의 교외에 위치하고 있고 운영난으로 1년 가량 폐업 중인 B병원을 C의료재단이 인수하여 운영하기로 결정되었다. 이 소식을 입수한 약사 A는 B병원의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한 건물의 1층 전체를 임차하여 약국을 개설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박을 꿈꾸면서.

A는 알음알음으로 B병원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자신을 ‘B병원 대외이사’라고 소개하는 D를 만났다. D는 A에게 약국을 개설하려는 건물의 임대인을 소개시켜 주었다. A는 대외이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병원 앞 건물의 임대인까지 소개해 주는 D를 B병원 운영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국 개설을 위해 D와 교섭을 시작했다.

D는 이른바 권리금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정문 앞이고, B병원 관계자와 나눠야 한다’고 하면서 A에게 2억 원을 요구했다. 협의 끝에 1억 3천만 원에 합의하고, A는 D에게 이를 지급했다.
A는 이외에도 시설과 인테리어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B병원의 예정개원일 며칠 전에 약국을 개점했다. 여전히 대박을 꿈꾸면서.

그런데 황당하게도, B병원은 개원일 직전에 그동안 사용되던 정문(즉 A가 개점한 약국 방향으로 나 있던 정문)을 폐쇄했다. 심지어 담장까지 설치했다. 그리고 B병원은 그 반대편 쪽으로 정문을 새로 냈다. 이어서 새로 낸 정문 옆의 건물에 새로운 약국이 개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자 A는 임대차계약을 주선한 D와 B병원의 행정부원장에게 이러한 정문 폐쇄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D는 ‘자신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했고, B병원의 행정부원장은 ‘재단에서 결정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 A가 체결한 약국 임대차계약은 B병원과 무관하다. 그리고 권리금은 도대체 무슨 소리냐?’라는 태도를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D가 B병원의 대외이사라는 것은 B병원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것을 빌미로 스스로 자칭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A는 어쩔 수 없이 약국을 폐업하였고, 이로 인해 약 2억 원의 손해를 보았다. A는 무엇보다도 D에게 권리금으로 ‘생돈’ 1억 3천만 원을 지급한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추후 변경된 상황이나 D의 사기죄의 성부는 별론으로 하고, A가 권리금을 지급한 것 자체는 맞는 판단이었는가?
먼저 권리금이란 무엇인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상 권리금이란 ①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하려는) 자가 ②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양도.이용하게 하는 대가로서 ③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 ④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을 말한다. 즉 실무적으로 말하는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등을 모두 포함한다.

둘째 법적으로 권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가건물도 있는가? 있다. ① 매장면적 3,000㎡ 이상의 상설매장으로서 일정한 상가건물(예를 들어, 이마트 등), ② 이를 운영하는 회사.재벌기업 등이 직영하는 점포 또는 프렌차이즈 체인인 상가건물(예를 들어,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③ 국.공유재산인 상가건물에서는 상임법상 권리금 회수기회보호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상임법상 보호되지 않을 뿐이며, 양 당사자 사이에 임의로 주고받는 것까지는 금지되지 않는다.

셋째 흔히들 ‘임차인은 권리금을 회수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정확하게는, 임차인은 ‘임차인 자신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하 간단하게 “예정임차인”)으로부터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 즉 임대인은 권리금과 무관하다.

그런데 임대인이 일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은 아니지만)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즉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시까지 ① 자신이 예정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수수, ② 예정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는 것을 방해, ③ 예정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 ④ ‘정당한 사유 없이’ 예정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경우에는, 임차인은 (예정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대신) 임대인으로부터 권리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단 이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3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

넷째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임대인이 예정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여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느냐이다. ① 예정임차인이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거나(예를 들어, 보증금을 못 내는 경우), ② 예정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예를 들어, 허용된 업종을 변경하려 하는 경우), ③ 해당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즉 상권이 소멸하도록 내버려 둔 경우), ④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선한 예정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부할 수 있다.

다섯째 일정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예정임차인에 대하여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가 아예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① 3기분의 차임연체, ② 무단전대, ③ 고의.중과실로 상가건물 파손, ④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기로 합의, ⑤ 상가건물을 철거.재건축하려는 경우 등을 말한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이제 답을 알 것이다. 앞서 본 사안은 A가 권리금을 지급할 사안도 아니었으며, 권리금을 지급해서도 안 될 사안이었다. A는 ‘병원급 의료기관 정문 앞 약국’에 욕심이 나서, 그만 무리한 계약을 한 것이다.

‘high risk, high return’은 경제활동에서의 오랜 금언이지만, 위험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결정은 대부분 고위험만을 실현하는 결과를 낳는다. 적지 않은 금액이 오고 가며 향후의 의료기관의 운영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는 권리금 계약,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조력을 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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