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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성 입증됐다더니···"7주기 누적임신율과 한차례 인공수정 비교"
유효성 입증됐다더니···"7주기 누적임신율과 한차례 인공수정 비교"
  • 이한솔 기자
  • 승인 2019.12.26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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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한의약 난임치료 토론회 열려···의료계, 부적절한 연구방식에 문제제기
한의학계 "추가연구로 근거 축적할것"···안전성 지적엔 "3년이상 사용, 문제없다"

최근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한의학계 관계자들이 나와 직접 설전을 벌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최근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논문의 저자가 발제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방난임 유효성 주장에 의료계 "비교방식부터가 잘못" 반박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관으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의 후원 명단엔 보건복지부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한방부인과학회가 이름을 올렸다. 보건의료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와 함께 의료계와 한의학계 단체가 각각 1곳씩 참여한 것이다. 

발제도 의료계와 한의학계가 번갈아 맡았다. 먼저 최근 한방 난임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한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 임상연구 결과’란 논문을 작성한 김동일 동국한의대 교수가 동일한 제목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본인이 논문에서 주장한 대로 자신의 연구가 인공수준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가 있다는 논지를 이어갔다. 

하지만 뒤이어 발제자로 나선 최영식 연세의대 교수는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결과에 대한 과학적 비평’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김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 교수는 또 해당 연구가 성과로 내세운 난임부부 의료지원 사업과의 비교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즉, 해당 연구가 7주기당 누적된 임신율을 난임부부 지원사업의 한 주기당 임신율과 비교한 뒤 인공수정보다 우월한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특히 "(난임환자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6~8개월 간 자연임신을 시도할 때 임신율이 20~27%로, 7주기 한방난임치료를 받은 환자 임신율은 이보다도 더 열등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RCT아닌 '케이스 시리즈' 수준"···"비용, 연구환경 등 고려해 설계" 해명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동일 교수의 연구 방식의 적절성과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최영식 교수는 “(김 교수의 논문이)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고 하는 임상 연구라지만, 대조군이 없는 연구로 사실상 가장 하위 단계인 '케이스 시리즈'(Case series·증례집적) 수준"이라며 "환자 모집 단계부터 연구 근거 수준을 높이지 않았는데, 근거중심 의학 관점에서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의료계에서 과학적 방법으로 인정받는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시험'(RCT) 연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김동일 교수는 “연구비용 및 국내 의료계 상황에 맞춰 전후비교 임상연구로 설계했으며 추가연구로 메타분석을 진행해 보완했다. 앞으로도 추가 연구를 통해 근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한의약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온경탕과 배란착상방이 한방병원에서 3년 이상, 200례 이상 사용 된 처방이므로 크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도 열띤 의견들이 오갔다. 류상우 차의과대학교 교수는 “조금 더 많은 대상으로 연구를 해야 할 것 같다. 투입된 연구비용 대비 결과가 미흡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RCT를 통해 연구를 디자인하고 결과를 도출했으면 좋았을 듯싶다”고 밝혔다.

이진무 경의한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한방에서 난임 관련 최초 연구인데, 너무들 욕심이 많지 않나 싶다. 잘 디자인 된 연구를 원하지만 쉽지 않다”며 “한 주기 치료라기 보다는 꾸준한 몸 관리를 통해 임신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치료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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