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행이 돼버린 회장 '불신임'···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칼럼] 관행이 돼버린 회장 '불신임'···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2.2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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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의사 회원에게서 두루 신임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직전에 거쳐간 3명의 전임(前任) 회장에 이어 제 40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어느덧 관행이 돼버린 '불신임' 표결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거문고홀에서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임시총회에서는 최 회장 불신임 안건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등 2건의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총회 개최를 요구한 측에서는 의료개혁을 위한 최 회장의 대정부 투쟁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의협 회장선거 후보자 시절부터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모습이 회자될 정도로 '강성' 이미지였던 최 회장이 막상 회장이 되고나서는 이렇다 할 투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 선거 당시 “회장에 당선되면 반드시 '문재인 케어'를 저지해 의료계를 살리겠다”며 회원들의 투쟁 의지를 고취했다. 

최 회장의 이력 또한 투쟁의 '강도' 측면에서 전임자들과 다를 것이란 기대감을 키운 것이 사실이다. 전국의사총연합 조직국장,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 등을 맡는 등 그간 외곽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선봉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을 잘 모르는 회원들 중에서도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의료계에 최 회장이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최 회장에게 한 표를 행사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회장 취임 후 특기라 생각했던 투쟁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독불장군' 이미지마저 덧씌워졌다. 크고 작은 불만들이 쌓이다 급기야 이번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조직의 수장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과연 무엇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오히려 회원들은 이맘 때만 되면 '습관적'으로 회장 불신임안이 올라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의료개혁을 위해 의협이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에게 힘을 몰아주기는커녕, 내분으로 힘을 빼놓으면 어쩌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어느새 의협 회장이란 자리는 존중받기 보다는 ‘공격’만 받는 자리가 되어버린 듯하다. 의사 스스로 내부 싸움에 골몰하는 동안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의사들의 위상마저 추락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틈만 나면 집안 싸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집단을 우호적으로 바라볼 국민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임시대의원 총회는 이미 예고됐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조직의 리더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에 맞설 의료개혁이란 대의를 앞에 두고 내분에 휩싸인다면 정작 이득을 얻는 자는 누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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