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음은 의사도, 가족도 아닌 '본인'이 결정해야"
[인터뷰] "죽음은 의사도, 가족도 아닌 '본인'이 결정해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2.19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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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전도사 김희준 중앙대병원 교수
최근 내원객 대상으로 홍보·상담부스 운영해 화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건강할 때, 자신의 의사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의 마지막인 ‘죽음’은 의사도, 가족도 아닌 본인이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홍보 전도사'로 유명한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는 18일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보호자, 내원객 등을 대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홍보·상담 부스를 운영해 화제가 됐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상담 부스를 통해 약 10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상담을 받고 서류를 작성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도입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총 110개 등록기관에서 등록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약 22만 명이 등록했다.  

김 교수가 이처럼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이유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죽음이 아닌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사전연명의료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저조한 실정이다. 

물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한 홍보 목적도 일부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국민의 공감대를 모으는 동시에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 의료기관 인력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김 교수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도 죽음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환자에게 거부감과 불안감으로 다가온다”며 “이는 우리나라 정서상 ‘죽음’이라는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건강할 때나 환자가 되더라도 죽음은 물론,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혼란을 겪게 된다”며 “고령 환자보다 젊은 환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과 같은 병에 대한 치료도 힘든데, 죽음까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환자들에겐 스트레스로 작용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이 사전연명의료제도 등록기관은 아니지만, 김 교수는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와 환자에게 ‘연명의료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죽음은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의지대로, 사전연명의료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환자들에게 신체와 정신이 건강할 때, 그리고 삶에 우울감을 갖지 않았을 때 환자가 삶과 죽음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원칙적으로 진료와 치료, 죽음을 결정하는데 있어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어느 누구도 환자에게 소중한 선택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김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제도에 대해 의사들 간에도 의견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몸과 마음이 아파 치료하러 온 환자들에게 '어떻게 사전연명의료를 이야기할 수 있냐'며 거부하는 의료진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연명의료와 사전연명의료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사전연명의료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홍보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논의 구조를 만들어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사전연명의료제도가 시행됐지만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이 국민의 삶의 질과 인간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사전연명의료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전연명의료제도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윤리위원회와 인력을 갖춰야 하는데, 요양병원의 경우 대학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받아와야 하는 등 현행 제도 하에서는 요양병원과 중소병원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병원의 규모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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