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4:02 (목)
'수버네이드'가 뭐길래···식약처, 대형제약사 '감싸기' 논란
'수버네이드'가 뭐길래···식약처, 대형제약사 '감싸기' 논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2.18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독이 만든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 치료제 아닌데도 치료효과 있는 것처럼 광고
의료계 지적에 감사원도 문제점 지적···수수방관하던 식약처, 이제야 제재 시사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소위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을 검증된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를 규제해야 할 당국이 적절한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대형제약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제약회사 한독이 자사의 치매 환자용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 ‘수버네이드’를 치료효과가 검증된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하는 데 대해 의료계는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당국에 요청한 상황이다. 심지어 감사원에서도 이를 인정해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지만, 주무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사각지대' 놓인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국회에서도 문제 지적

법률상 의약품도 건강기능식품도 아닌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은 정상적으로 섭취, 소화, 흡수 또는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영양요구량을 가진 사람이 식사를 대신할 수 있도록 제조·가공된 식품을 말한다.   

이미 지난 2007년에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에 대한 식품별 기준 및 규격이 최초로 마련됐지만, 식품에 대한 질환명 표기는 극히 제한돼 왔다. 하지만 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환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제품 개발을 장려한다는 목적으로 ‘선천성대사질환자용식품’, ‘영유아용 특수조제식품’, ‘유단백알레르기 영유아용 조제식품’을 제외한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의 경우 '환자용 식품'으로 크게 분류돼 질병명을 표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치료제가 아닌 환자용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에 질환명을 쓰게 되면 마치 임상시험을 통과한 의약품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의료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이후 시장에서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한독이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용 특수의료용도 제품으로 홍보하며 출시한 ‘수버네이드’에 대해 의료계는 이 제품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에 효과가 있는 식품인 것처럼 광고돼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문제는 국회에서도 지적됐다. 지난해 10월 15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품에 대한 질환명 표기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후 허가된 제품은 ‘수버네이드’가 유일한데 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강한 요구 때문이 아닌가”라고 질의했고, 이에 류영진 당시 식약처장은 “허용범위를 넘어선 광고에 대해 입증 못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김 의원은 외국의 경우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도 의사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감사원 지적에도 '복지부동', 식약처 "적절한 절차 밟고 있다" 해명 

이와 관련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수버네이드’ 출시 이후 식약처 로비의혹, 임상시험 결과의 왜곡, 의약품 오인 광고 등의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결국 올 들어 지난 2월 '수버네이드'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제보했다.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식약처가 어떠한 검증 절차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질환명을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했다"며 "이 기준을 그대로 방치하면 유효성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식품들도 질환명을 표시하여 광고를 할 수 있게 되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식약처에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식약처도 이견 없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이를 보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사그라드는 듯했다. 

하지만 바른의료연구소는 최근 감사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매우 중요하면서도 석연치 않은 내용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식품표시광고법’ 시행에 따라 의료식품 표시·광고를 하려면 법 시행 이전에 자율심의기구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같은 규정이 적용된 ‘수버네이드’에 대한 표시·광고 자율심의에서도 수버네이드가 알츠하이머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표시·광고한 것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자율심의기구에서도 수버네이드의 광고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심의가 신청된 날짜가 문제가 있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특히 심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한독이 ‘식품표시광고법’ 제10조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한독이 '영업정지' 행정처분 예정에 있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식약처가 한독에 대해서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독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사항을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을 식약처가 지금까지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은 대형 제약사 감싸기이자 직무유기”라며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즉각 시행하고 수버네이드의 판매와 허가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더 나아가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이상의 감싸기 의혹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에 대해 인정하고 있으며 현재 한독에 적절한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