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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인 한방 난임치료
혹 떼려다 혹 붙인 한방 난임치료
  • 이한솔 기자
  • 승인 2019.12.10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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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방 난임치료의 효과 입증했다"던 동국대 한의학 논문
해외서 검증 받으려다 검증도 전에 리뷰어가 '터무니 없다' 공개비판
잭 윌킨슨(Jack Wilkinson) SNS
잭 윌킨슨(Jack Wilkinson) SNS

최근 한의학계가 논문을 통해 한방 난임 치료의 성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해외에서 이에 대한 검증을 담당한 연구원이 해당 논문을 '비과학적'이라며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의 생물통계학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씨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최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김동일 교수가 발표한 논문인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가 '비과학적'이라며 이에 대한 심사를 거절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윌킨슨씨는 SNS에 해당 논문의 개요와 함께 자신이 해당 논문에 대한 리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기재하면서 남긴 '코멘트'를 공개했다. 그는 논문 초록에 대해 "터무니 없다(ludicrous)"며 "이건 과학도, 의학 연구도 아니다. 누구든 이 논문을 리뷰하는 건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계에서는 자신이 심사하기로 한 논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 대해 몹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윌킨슨씨의 동료는 댓글을 통해 그가 논문 초록을 SNS에 게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윌킨슨씨는 이 동료에게 "자신의 업적을 위해 부도덕한 '유사 연구(pseudo-research)'를 수행하는 사기꾼들에 대해 염려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부도덕한 유사 연구로 인해) 여성들이 해를 입는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된 눈문은 김동일 교수의 논문은 한방 난임치료를 받은 전체 대상자 90명 가운데 13명에게서 임상적 임신이 확인돼 14.44%의 임신율을 보였고, 임신한 13명 가운데 임신이 12주까지 정상적으로 유지된 경우가 7명으로 집계됐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보고서’를 인용하며 자신의 연구가 13.91%의 인공수정 임신율과 유사한 값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약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재확인됐다"며 "국가적 차원 저녹적 지원과 건보 급여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6억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해당 연구에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근거할 만한 사유가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대조군도 없는 (이번 같은) 임상연구로는 한방 난임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같은 국내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해외에서 논문의 유효성을 검증하려 한 것인데,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기도 전에 논문을 심사하기로 한 과학자가 해당 논문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아예 검증 자체를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심사 중인 논문의 초록을 올리고 공개비판하면 리뷰어로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문제 삼는 이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여성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 것은 결국 (해당 논문의) 연구모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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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2019-12-11 16:07:38
1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