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김창완
존 레논,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김창완
  • 전성훈
  • 승인 2019.12.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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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62)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존 레논,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김창완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맞출 수 있으신지? 국적도 다르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있으니 ‘가수’도 아닌 것 같고, 김창완이 끼어 있으니 외국과 관련된 것도 아닌 것 같고. 설마 남자? 그건 아니다.
정답은 다음주에… 라고 하고 싶지만, 속도가 최고의 덕목인 요즘 세상에서도 가장 성질 급한 한국 독자들에게 불필요한 분노만 일으킬 것 같으니, 바로 답을 알려드리겠다. 바로 스토킹 피해자들이다.

스토킹(stalking)은 ‘몰래 접근하다(stalk)’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어 명사화된 용어이다. 최초에는 ‘타인으로 하여금 위험을 느끼게 할 정도로 그 사람을 쫓아다니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다양한 방법(흔히 전화, 편지, 이메일, SNS 등)으로 타인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넓어졌다.
존 레논은 1980년 자신의 아파트 입구에서 자신의 광적 팬인 마크 채프먼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던 조나던 노먼에게 1998년 납치될 뻔했는데, 노먼은 개목걸이, 칼, 마취약, 수갑 등을 준비한 뒤 스필버그를 납치해서 성폭행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김창완이 우리나라에서는 스토킹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1980년대부터 스토킹 피해를 입어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창완은 자신의 팬이라는 신모씨를 1987년 처음 만났는데, 신씨는 “어려서부터 존경해 왔다”라고 말하면서 김창완에게 접근했다.

신씨는 김창완에게 “작곡법을 가르쳐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다. 어릴 때부터의 팬이라는 신씨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김창완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몇 개월 동안 작곡법을 가르쳐줬다. 그렇지만 신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밤마다 전화하여 “이야기를 들어달라”, “몸이 아프니 돌봐달라”라고 스토킹했고, 집과 방송국으로 따라다녔다.
김창완은 견디다 못해 이사를 세 번하고, 전화번호를 10번 넘게 바꿨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가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신씨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신씨는 1994년에는 “만나주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김창완의 집에 침입해 폭력을 행사하여 김창완의 코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1998년에는 돌멩이를 던져 김창완의 집 유리창을 깨뜨리기도 했다. 이에 김창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접근금지조치’를 요구하면서 신씨를 고소했다.

이렇게 고소하기 전까지 김창완은 11년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나? 당연히 아니다. 김창완은 신씨가 자신의 주변에 나타날 때마다 경찰에 10여 차례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폭행 등이 없이 따라만 다니는’(1994년 사건시에는 김창완이 처벌을 원치 않았다) 신씨의 접근을 막을 근거 법규가 없어 기껏해야 즉결심판에 회부할 수밖에 없었다.

신씨는 즉결심판에서 구류를 선고받고 유치장에서 며칠 살고 나온 후에도 아무런 변화 없이 스토킹을 계속했다. 그리고 1998년에는 구류 종료 3일만에 다시 나타나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김창완은 결국 폭행, 협박 등을 이유로 신씨를 정식으로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검사는 폭처법 위반 혐의로 신씨를 구속하여 재판에 넘겼고, 재판부는 ‘신씨가 단순한 팬으로써 연예인을 좋아하는 차원을 벗어나 김창완을 괴롭힌 점이 인정된다’며 신씨를 김창완으로부터 격리한다는 차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스토킹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당시로서는 굉장히 전향적인 판결이었다.
김창완이 오랜 기간 참고 참다가 결국 고소하면서 가장 원한 것은 가족의 안전을 위한 ‘접근금지조치’였다. 하지만 고소한 이후에도 이는 불가능했다. 접근금지를 명할 근거 법규가 없었고, 폭행 등이 없이 따라만 다녔던 대부분의 신씨의 행위들에 대한 처벌 법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놀랍게도 21년 전과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2012년 경범죄처벌법에 경범죄의 유형으로 “지속적 괴롭힘”을 신설하여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을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적 괴롭힘”이 인정되면 통상 ‘8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반복되면 겨우겨우 구류에 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근 뉴스와 신문 등에서 스토킹 사건에 대한 많은 뉴스들을 접했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이 되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스 등에서 거론된 사례들은 가해자가 폭행, 상해, 심지어 살인에까지 나아갔기 때문에 (스토킹이 아니고) 그 행위로 인해 처벌된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스토킹만 했을 경우에는 여전히 ‘8만 원’으로 처벌된다.

‘경범죄로 처벌하면 충분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킹 범죄들은 대부분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고, 그 집착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결국 폭행, 상해, 심지어 살인에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이러한 행위가 범죄임을 사회가 분명하게 경고하여 큰 범죄로 나아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참고적으로, 미국은 1990년경부터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일본은 2000년부터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스토킹을 처벌하고 있다.

인간은 구애행위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동물로서 종의 보존과 번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로 일방적 구애행위를 미화하던 시대는 지났다. 모르는 사람이 따라오면 설레는 것이 아니고 무서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토킹은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로서 약물치료가 필요함에도 스토커는 병식(病識)이 없어 위험하다’는 전문의의 의견을 우리 사회는 경청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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