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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일출과 은빛 억새 축제가 어우러지다
화려한 일출과 은빛 억새 축제가 어우러지다
  • 김진국
  • 승인 2019.12.10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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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63) ‘하늘공원 하늘길’
김 진 국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 진 국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자연생태계로 복원하여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에 맞춰 개원한 생태환경공원이다. 5만 8천 평의 커다란 면적에 지반 안정화 작업을 마친 후 초지식물과 나무를 심어 복원하였다. 억새와 메밀 식재지, 순초지, 암석원 등 다양한 테마별 구성과 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공원에 전력을 제공하는 풍력발전기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 은빛 억새와 분홍빛 핑크뮬리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나들이길
서울의 일출 명소 중에 하나인 상암동 하늘공원의 일출 시각에 맞춰 새벽부터 준비를 서두른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공원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지그재그 나무계단을 따라 열심히 오르면서 보니 멀리 남산타워 주변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 곧 해님이 행차하실 시간임을 미리 알려주는 노을 신호다. 이른 아침인데도 일출이 잘 보이는 명소에는 이미 사람들이 사진 찍을 준비를 완료하고 대기 중이다. 잠시 후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산봉우리 위로 머리를 조금씩 내밀던 해님은 어느 순간 솟아올라 온 몸을 드러낸다. 

얼굴 가득 미소 짓는 해님과 인사를 하고 표지판을 따라 하늘공원 입구로 향한다. 안내도를 보면서 공원 내 억새밭과 둘레길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정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입구 길가에는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 꽃들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준다.
심해진 일교차로 꽃잎에 내려앉은 이슬방울들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초롱초롱 빛난다. 억새들의 호위를 받으며 길을 걷노라니 서울이 아닌 강원도 높은 산 위에 억새밭에 온 느낌이다. 멀리 떠오르는 해님의 조명으로 은빛 억새들의 꽃잎이 더더욱 아름답다.

억새들 사이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점점 커진다. 누군가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예쁜 둥지가 여러 개 매달려 있고 둥지마다 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열심히 노래를 한다. 감미로운 새들의 합창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옆길로 들어서니 멀리 분홍빛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분홍빛 핑크뮬리 천국이다. 한편에서는 전문사진작가들이 출사를 나와 작품을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연인들이 사랑의 추억을 열심히 담고 있다.

■ 한강과 산을 따라 이어지는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 둘레길
역광으로 비춰진 분홍빛 핑크뮬리와 은빛 억새의 환상적인 풍광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본다. 보이는 것만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억새길을 따라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 군락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가을 풍경을 한가로이 감상한다. 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다리들과 도심의 모습, 반대편으로 북한산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풍경화를 천천히 머리 속에 그려본다.

공원 입구로 나와서 아스팔트길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소풍을 나온 듯 꼬마자전거부터 어른자전거까지 줄지어 지나간다.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의 활기찬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절로 힘이 난다.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알 수 없는 야생화들과 나무의 열매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내리막길로 내려와서 철문을 나오니 다시 하늘공원으로 승천하는 계단이 우리를 오라고 손짓한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나무계단을 하나 둘씩 오르다보니 어느덧 425라는 표시와 함께 공원이 보인다.

한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길을 따라 걷기를 이어간다. 길의 좌측에는 억새, 우측에는 한강이 멋진 풍광을 만들어 손님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푸른 하늘과 한강 너머 빌딩들이 어우러져 우리에게 멋진 작품을 선물해준다.

우뚝 선 남산타워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북한산으로 넘어가 절정을 이룬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서 전기차를 타고 올라오는 아이들과 손 흔들며 인사를 나누며 3시간 만 여보의 걷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주차장에서 하늘공원 입구까지는 유료로 운행하는 맹꽁이전기차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반딧불이나 누에 체험을 해보고 싶으면 사전접수 후 생태교육시설을 방문해 봐도 좋다. 하늘공원을 대표하는 억새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시기에 맞춰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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