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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법? 돈벌이 악용될라···표결 앞둔 '데이터3법' 논란 확산
일자리 창출법? 돈벌이 악용될라···표결 앞둔 '데이터3법' 논란 확산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2.0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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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 활용 가능···금융권, '일자리 창출' 들어 찬성
가명정보 써도 개인정보 식별될 우려···의료계·시민단체 '반대' 한목소리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의료계가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밀한 사적 정보인 '건강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도둑법'이라며 국회가 법안 처리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1년간 논란 빚다 최근 상임위 통과···금융권, 조속한 입법 촉구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들이 소관 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중복규제를 없애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발맞춰 개인과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1월에 발의됐다. 하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등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고, 그로 인해 1년 가까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각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겨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개인·가명·익명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 분야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이용해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상업적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 정보를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현재 해당 법안의 통과를 가장 바라는 것은 금융권이다. 9일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범금융권 9개 기관·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데이터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래 핵심산업인 인공지능(AI), 플랫폼 산업에서의 국제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현실 모르는 탁상공론"···시민단체들도 '반대' 입장

하지만 의료계는 개인정보를 ‘가명’으로 처리한다 하더라도 전산화된 정보가 제대로 관리·보존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무리 가명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실명화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해당 법안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이유만으로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과 관련해 정부는 의료계와 단 한 번도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논의를 한 적조차 없는 상황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데이터 3법은) 가장 민감한 사적 정보들이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데이터 3법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정부와 국회, 국민이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통해 의료 관련 개인정보 빅데이터가 악용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나 의협에 제3의 정보 관련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방원준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는 "건강정보에는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가명으로 정보를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소수 희귀병 환자들의 경우 누군지 쉽게 알 수 있다"며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보험회사 등 상업적으로 악용하려는 업체에 대해선 개인정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데이터 3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데이터3법이 '정보 목적 제한', '최소 수집', '목적 달성 후 폐기'라는 개인정보처리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명정보는 언제든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누구의 정보인지 식별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데이터 3법이 사실상 "모든 정보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내주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참여연대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정보주체는 동의권은 물론, 정보열람권, 삭제요구권, 정보 이전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통지받을 권리 등을 인정받지도 못해 기업이 어떻게 개인정보를 활용하고 판매하고 결합하는지, 또 어떤 사고가 있어 유출되고 악용되는지 알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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