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검증도 없이'···의료계, 고 백남기씨 유족 손배판결에 반발
'어떻게 검증도 없이'···의료계, 고 백남기씨 유족 손배판결에 반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2.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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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총 “물대포에 의한 두개골 골절 불가능”···'정치적 판결' 반발

고(故) 백남기 씨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기재한 주치의에 대해 법원이 의학적 검증 과정 없이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백씨의 사인으로 거론되는 ‘다발성 두개골 골절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단 한 번의 의학적 검증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정치적 판결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백씨의 유족들이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앞서 내린 화해권고 결정 내용과 마찬가지로 “백 교수가 4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5년 시위에 참석한 백씨는 물대포를 동원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다. 하지만 당시 의학적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10여 개월이 지나 백 씨가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당시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가 백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재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병원에 실려온 뒤 결국 사망했기 때문에 마땅히 '외인사'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지만 제대로 된 의학적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법원이 백씨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역시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배상 판결을 내림으로써 백씨의 사망원인을 병사라고 기재한 주치의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의료계는 법원의 이번 손해배상 판결 과정에서 "(백씨에게) '서로 연결되지 않는 4개의 골절 선이 보이는 다발성 두개골 골절'이 있었다"는 정보가 공개된 점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해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의사라면, 아니 유체역학의 기본만을 배운 고등학생이라도 물대포에 의해서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라면 판결 전에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라고 밝혔다.

즉, 백선하 교수는 고 백남기 씨를 치료할 당시에 ‘연결되지 않는 골절 선을 가지는 다발성 골절상’을 보고 물대포가 원인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주치의로서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무에 따라 고인을 1년 가까이 치료했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일부 여론은 (환자의 비밀을 지켜준) 주치의에게 감사를 표하지는 못할 망정 '해서는 안 될 수술'을 했다거나,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서 사망진단서를 병사로 작성했다는 등 백 교수를 비윤리적인 의사로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은 의학적 검증을 요청하는 피고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 한 번의 의학적 검증 없이 물대포에 의한 사망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할 것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의료계 관계자들은 "만일 물대포에 의해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났다면, 세계 의학계에 증례 보고를 하고 시위에 물대포를 절대 사용하지 않도록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백 교수와 함께 제소된 서울대병원은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백 교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이같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백 교수 측 변호인은 판결이 나온 직후 법원에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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