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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는 ‘종착지’아닌 ‘출발점’…의학지식 무기로 타 분야 진출
의사면허는 ‘종착지’아닌 ‘출발점’…의학지식 무기로 타 분야 진출
  • 의사신문
  • 승인 2019.12.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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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Ⅱ- 흰 가운을 벗고 비상하는 의사들

의사, 그 새로운 시작
배 홍 철보건복지부 사무관전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한양의대 졸업
배 홍 철 보건복지부 사무관 전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한양의대 졸업

“왜 공무원 하셨어요?”
새로운 자리에서 나 자신을 소개할 때 마다 적잖게 듣는 질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만 합쳐도 30명이 넘는 의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더해 아직까지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다른 부처나 지자체에서도 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질문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여전히 ‘의사 공무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들리나 보다.

“왜 공무원 하셨어요?” 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답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 아프지 않게 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요.” 물론 아픈 환자를 치료해서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소중한 생명을 살려 한 가정에 웃음과 행복을 되돌려주는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전에 건강한 사람이 질병에 걸리지 않토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환자가 되기에 앞서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의대생 시절부터 임상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길이 바로 보건복지부의 공무원이 되어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선 예방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을 거쳐 보건복지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하게 되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정말 많은 의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나 보건소 공무원 등 공직뿐만 아니라 언론, 국회에서부터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 유튜버 등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분야에서 많은 의사들이 활동하고 있고, 또 남다른 능력을 펼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일반적인 의사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해서 의사와 무관한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의사와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분야가 다르더라도 그들이 하는 일의 공통점은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의사 출신’ 공무원은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스타트업 대표는 의학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의료기술이나 시스템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기자들과 유튜버는 정확한 의학 지식을 국민들에게 쉽고 편하게 전달하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든 대부분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건강 증진을 생각하는 ‘의사’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사람들도 대부분은 의과대학을 입학할 당시에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만을 자신의 진로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각자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또는 의사가 된 후에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게 되었고, 어떤 길을 걷고 있든지 분명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의사면허는 미래의 ‘종착지’가 아닌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즉, 의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의사면허는 의사의 고유한 권한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이면서, 어떤 일을 하든 의학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자격증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필자는 의대생들과 이제 막 의사 면허를 따고 의업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이 어떤 진료과목의 의사가 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보다 우선 “어떤 일을 하는 의사가 될까”를 먼저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건강한 사람이 아프지 않토록 하는 의사 되고자 공직에 입문
 의학도, 과거 ‘공학도’처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국부’ 창출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현재의 의학교육 과정만으로는 의사들이 바다와 같이 넓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충분히 준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의학교육은 기본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줄 아는 의사 양성을 기본 과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은 의사면허시험을 치기 위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의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 또한 기초의학 또는 임상의학 교수들이 대부분이어서 의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려주기도 어렵다. 이렇게 의대 내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내용이 한정적이다 보니, 임상의사 또는 의과대학 교수 이외의 미래를 그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의과대학생들이나 젊은 의사들이 여러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해봐야 한다. 이를 통해 여러 방향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예전과 달리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의대생들과 젊은 의사들의 활동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의대생협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젊은 의사나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여러 단체들은 젊은 의사들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임상의사 양성만이 아닌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전국의 의과대학 교육과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다.

요즘은 정말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많이 몰리고 있다. 과거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공학도의 길을 걸음으로써 현재 우리나라가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서 막대한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면 이제 그 역할을 의학도가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렇게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몰리고 있는 현 시점에 모든 의학도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로만 진출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의학을 접목시켜 활동함으로써 그 분야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 결국에는 그 분야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결국 의학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의사들이 진료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분야에 진출해 중추적 역할을 하며 해당 분야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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