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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주는 상, 설마 저희가 받을 줄이야”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주는 상, 설마 저희가 받을 줄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2.0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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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한미참의료인상 수상자 - 연세의료원 의료선교센터
박진용 소장
박진용 소장

“(세상에) 빚진 자로서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저희가 한 일은 모든 연세의료원 교직원들과 후원자들의 격려와 후원, 그리고 기도로 가능했습니다. 이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한미참의료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연세의료원 의료선교센터의 박진용 소장은 수상소감에서 이같이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1885년 서양선교사들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중원은 조선인 의료인을 길러내는 교육에 역점을 뒀었다.

박 소장은 이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에 “연세의료원은 공식적으로 4가지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기관, 진료기관, 연구기관, 마지막으로 ‘의료선교기관’을 가리킨다.
의료선교센터는 연세의료원의 의료선교기관으로서의 사명 구현을 위해 세워진 정식 조직이다. 박 소장과 본부선교사 1명, 직원 3명이 전담으로 일하고 있고, 현재 의료원이 케냐와 탄자니아에 파송한 선교사 두 가정도 이곳 소속이다. 전체 예산의 40% 정도는 연세의료원의 의료선교사업예산을 받아 충당하고 나머지 60% 정도는 2000명 이상 후원자들이 내는 선교후원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에비슨 프로젝트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들과 교육진.
에비슨 프로젝트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들과 교육진.

박 소장은 이번 수상 전부터 ‘한미참의료인상’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수상자 중에 그가 존경하는 여러 인물과 단체들이 포함돼 더욱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박 소장은 “무엇보다 다른 상과 달리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이들과 단체가 수상하는 것을 보며 참 특별하고 좋은 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막상 저희가 이 상을 받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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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상 사례를 보면 보통 직접 진료를 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선교센터의 이번 수상은 “교육을 통한 활동이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장 큰 격려가 되고 있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활동을 지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큰 격려가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그동안 선교센터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로 지난 2013년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깡촌’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살짜리 여아 ‘마리옹시’를 세브란스병원에 초청했던 일을 꼽았다.

‘마리옹시’의 병세는 매우 심각했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두 달간 치료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슬픔 속에서도 두 달 동안 정성스럽게 딸을 돌보아준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선교센터 측은 마리옹시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복잡한 수속 과정을 거쳐 고향인 마다가스카르까지 운구해줬다.
마리옹시가 떠난 지 몇 개월이 지나고 차츰 아픈 기억이 잊혀졌을 때쯤 의료선교센터 앞으로 해외에서 감사장이 날아왔다. 보낸 사람은 마다가스카르 보건부 장관이었다. 비록 아이는 먼저 하늘나라에 갔지만 머나 먼 타국 ‘깡촌’에서 온 환아 한 명을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 돌보아 준 의료진과 직원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장에는 “We could not do it without you”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박 소장은 “어린 아이 한 명에게 일어난 일인데 그 나라의 장관이 감사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저희에게는 큰 감동이었다”며 “아직도 그때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10년, 미국에서 3년, 몽골에서 7년, 중국에서 5년 반을 살다가 지난 2012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돌아왔다. 그 후 의료선교센터에서 근무하며 여러 나라로 출장을 많이 다니고 있다.

의료선교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예수님을 믿게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선교활동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기도, 재정지원, 격려, 그리고 같이 활동을 하는 동역자(同役者)들이 늘 필요한 일이죠. 좋은 동역자를 위해서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의료선교센터의 키워드는 ‘사람세우기’와 ‘파트너십’이다. 박 소장은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원칙하에 앞으로도 즐기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더욱 많은 분들이 저희의 사역을 이해해 주고 같이 참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배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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