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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요양급여 부당청구···'감경' 안한 건 재량권 남용
실수로 요양급여 부당청구···'감경' 안한 건 재량권 남용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2.01 2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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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요양급여비용 감경사유 고려하지 않고 최고 제재
고법 "진료자체 없었던 것 아니면 감경해줘야"···1심 뒤집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한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에 대해 최고한도의 제재를 가한 데 대해 법원이 감경 사유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해당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건보공단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한의사는 행정실무 담당자가 실수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일 뿐, 하지 않은 진료를 한 것처럼 부당청구를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현행법상 속임수, 즉 진료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밖의 부당행위로 인한 부당청구는 업무정지 및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감경' 사유가 고려될 수 있다. 

서울고법 제5행정부는 한의사 A씨가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1심 판결을 깨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지난 2013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비강내치요법, 추나삼차원교정술 등 비급여 대상 진료를 주로 진행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현지조사 결과, 위 2가지 진료외에 경혈침술, 척추간 침술 및 경피적외선조사요법 등에 대해선 이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실시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A씨의 한의원에 대해 145일의 업무정지를 결정했다.

한의원 운영에 직격탄을 맞게 된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기존에 시행하던 침술 대신에 혀 부위를 사혈하게 하는 사혈침, 얼굴 부위의 경혈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소아침을 시술했지만 행정실무 담당자가 실수로 이전 침술 등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잘못 청구했다는 것이다.

A씨는 "사혈침과 소아침은 각각 독립적 진료항목으로 요양급여대상항목에 해당한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가 직접 보험청구 가능 내역을 전자차트에 기재했다는 점에서 부당청구가 행정실무 담당자에 의한 실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침술이 변경된 것도 사건 이후로, 사건 기간에는 침술  변경이 일어나지도 않았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그러나 2심에서 한의원 직원들의 일관된 진술과 급여청구가 일괄 처리됐다는 점에서 A씨가 속임수로 부당청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인정됐다. 

법원은 문제가 된 요양급여청구 6000건이 이틀에 걸쳐 2500건, 3500건씩 한꺼번에 청구됐다는 점에서 A씨보다는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봤다. 이에 더해 한의원에서 근무했던 직원 B씨는 법정에서 "요양급여 청구와 관련된 업무는 직원들이 전적으로 처리했고 A씨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도 참작됐다. 

법원은 이처럼 A씨의 행위가 부당청구가 아니기 때문에 감경 사유로 고려돼야 하고, A씨가 최고한도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요양급여청구는 A씨가 아닌 행정업무담당자가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침술이 바뀌었음에도 A씨가 그대로 청구를 지시했다거나 담당자가 고의로 과거대로 청구를 했다고 볼만한 증거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A씨에 대한 행정처분은 최고한도의 업무정지인데 A씨의 행위는 속임수에 의한 것이 아닌 그 밖의 부당 행위에 의한 부당청구로 감경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나 건보공단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해당 처분은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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