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신응급 환자 대처엔 의료 '어벤저스'팀 필요
[인터뷰] 정신응급 환자 대처엔 의료 '어벤저스'팀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2.02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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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우 서울의료원 공공의료사업단장(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의사와 경찰, 소방,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다학제팀 구성해야"

“정신응급 환자의 경우 일반응급 환자에 비해 (의료진의) 경험이나 시스템이 부족해 (대처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역사회 역량 강화와 더불어 의사, 정신건강전문요원, 경찰, 소방, 구청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루어진 다학제팀이 정신응급서비스를 원격 통합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해우 서울의료원 공공의료사업단장(사진·서울특별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서울시 정신응급의료체계에 있어 지역사회-공공병원 간 네트워크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정 분야 전문가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처가 어려운 만큼, 여러 분야 전문가가 팀을 이룬 일종의 의료 '어벤저스'팀을 구성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응급' 상황이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자살 시도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위협할 정도로 폭력성을 보이거나 급작스러운 공황장애를 겪는 등의 상황을 말한다. 최근 일련의 연예인 자살 사건이나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 안인득 사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이 정신응급 상황이 초래한 극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이처럼 정신응급과 관련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이러한 자타해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현재 각 지자체에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24시간 대응할 응급개입팀(34팀, 204명)을 신설했다. 응급개입팀 소속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응급 상황 발생 시 경찰, 소방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고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해 맞춤형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응급개입팀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중 1~3년 수련과정을 거쳐 복지부가 인정한 정신건강전문요원들로 구성돼 현장에서 안정유도와 상담까지 제공한다. 정신질환자가 자해나 타해 행동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경찰과 소방,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어느 쪽으로 신고가 들어오든 공동 대응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이 센터장은 현장의 전문가로서 이러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량 강화 조치와 더불어 병원이 중심이 된 '다학제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 시도나 폭력 사용 같은 자타해 위험 상황이 발생해 환자가 다치게 되면 정신과적 치료는 물론, 외과적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는 두 개 이상의 질환을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학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병원에 정신과가 없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병원들이 진료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응급 상황에 대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지역 병원을 컨트롤 타워로 지정해 치료 계획 단계부터 개입함으로써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자타해 위험을 예측하기 힘들 때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즉각 치료에 개입할 수 있지만 야간이나 공휴일엔 인력 공백이 생겨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센터장은 “복지부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24시간 대응팀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문제는 지자체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마땅한 치료 권한과 공권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럴 때 병원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의사, 정신건강전문요원, 경찰, 소방, 구청, 사회복지사 등과 원격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환자 치료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에서 방화살인을 벌인 안인득 사건을 비롯해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이들이 벌인 범죄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면서 정신질환자들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오해, 공포감이 조장된 측면도 있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센터장은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에서 미리 위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선 진료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지역사회 개입-돌봄으로 이어지는 치료 연속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정신응급으로 인한 비극적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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