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환점 돈 ‘문재인 케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라
[사설] 반환점 돈 ‘문재인 케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라
  • 의사신문
  • 승인 2019.11.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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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마라톤 강국이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손기정)과 동메달(남승룡)을 획득했다. 해방 후 1947년 서윤복은 경이적인 기록으로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큰 기대감을 안고 출전한 1948년 런던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한국은 노메달에 그쳤다. 당시 마라톤은 악몽의 레이스였다고 한다. 기대주 최윤칠은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피치를 올리기 시작해서 27㎞부터 선두를 질주했다. 메인스타디움의 한국선수단은 38㎞ 지점까지 최윤칠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하지만 막상 스타디움에 1착으로 들어온 선수는 벨기에의 게일리였다. 게일리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던 최윤칠은 40㎞ 지점에서 다리경련을 일으켜 쓰러지고 말았다. 반전이 또 일어났다. 마지막 트랙을 돌던 게일리가 뒤따르던 아르헨티나의 카브레라에게 역전 당했다. 결국 최윤칠과 게일리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다 카브레라가 어부지리로 우승했다. ‘페이스 조절’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경기로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겼다. 소위 ‘문재인 케어’ 도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국적으로 월별 MRI검사량이 당초 정부 예측치의 1.4배에 달했다.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이후 건강보험이 새롭게 적용된 대부분의 의료행위 이용량 증가가 확인됐다. 특히 MRI검사와 소아 충치 관련 시술의 이용량 증가세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장정숙 대안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난해 10월 전후 MRI검사 촬영건수를 살펴본 결과, 보험 적용 이전 6개월(73만건)보다 이후 6개월(149만5000건) 동안 2배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진료비 총액도 1995억원에서 4143억원으로 208%로 증가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의 당기재정수지는 1778억원 적자로, 2010년 이후 8년 만에 건보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 면에서 볼 때 서울시의사회와 의료계가 그간 경고했던 것처럼 소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문재인케어가 속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전달체계를 둘러싼 논란도 극심하다. 올 상반기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 급여비는 5조72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급증했다. 종합병원도 16.8% 증가해 전체 급여비 증가폭(14.4%)을 상회했다. 병원은 11.0%, 의원은 12.4% 증가에 그쳐 대형병원 쏠림이 더욱 커졌다.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심화되면서 대형병원은 환자가 넘치고 동네 병의원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현재 진행중인 급속한 고령화도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총 진료비는 31조8235억 원으로 사상 처음 30조 원을 돌파했다. 노인 인구가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에는 노인 진료비 비중이 6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TF 및 의정협의체 등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이 처음 도입된 이래로 저부담-저급여-저수가 체제 하에서 의사들은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왔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정권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추진되어온 아젠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국민의 보험료를 퍼주는 식의 선심성 정책은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반환점을 돈 문재인 케어, 이제는 속도조절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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