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유효성 검증 안됐는데···정부, 첩약 시범사업 강행키로
안전성·유효성 검증 안됐는데···정부, 첩약 시범사업 강행키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1.2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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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아직까지 평가 위한 기초자료조차 제출 못해
지난달 국감에선 청와대와의 유착의혹까지 제기돼 논란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 첩약을 급여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김세연·이명수·안호영·이후삼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한의사협회가 주관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의약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국민건강을 위한 보장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다음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첩약 급여 시범사업 계획을 보고하고 내년에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전 정부 시절부터 첩약 급여화를 추진해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건정심을 통과했다가 좌절된 적이 있다. 현 정부 들어서는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내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지난 4월 한·약·정이 참여하는 '한약 급여화 협의체'를 구성, 운영했지만 직역 간 입장차가 커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첩약 급여화에 앞서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처방·조제 내역서 발급 의무화 등 안전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선행 과정 없이 지금처럼 첩약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현 정권이 내세우는 보장성 강화대책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의계 스스로도 첩약의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첩약의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대한한의사협회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의협은 수개월째 기초자료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지난 10월 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이날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심평원이 첩약의 안전성, 경제성 평가를 위해 한의협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의협이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첩약 급여화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꼬집었고, 이에 관계 기관장들도 난색을 표했다.

당시 김승택 심평원장은 “첩약 급여화에 앞서 안전성 유효성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도 “첩약이 기존 다른 약제 급여화 개념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고,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부가 첩약 급여화를 밀어 붙이는 배경에 청와대와 한의계 간에 모종의 ‘정책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정치적 '유착'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국감에서 김순례 의원은 최혁용 한의협 회장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최 회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한의사협회는 반대하지만 한의협은 적극 지지할 것이니 첩약 급여화를 해달라고 해서 청와대가 이를 받아 들여 첩약 급여화는 사실상 결정됐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의협은 “건강보험 급여화 과정이 객관적인 근거로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밝혀달라”며 지난 10월 11일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해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의협은 지난 7월 성명을 통해 “형식적 보장성 논리에 쫓긴 한방 첩약 급여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한방 제도의 혁신, 의료 전문가 중심의 한방 검증을 위한 (가칭)한방제도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한방 행위를 의료현장에서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홍성진 서울시의사회 한방대책특위 위원장은 “하나의 약제가 나오기까지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이 수차례 진행되고 이렇게 개발된 약제도 급여화를 위해서는 다시 비용 대비효과성 등 엄격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이러한 검증 과정도 없이 단순한 고전민간요법에 지나지 않고 그 성분조차 불분명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첩약을 단지 한방 보장성 강화라는 정치적 명분에 따라 급여화하려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혈세인 건강보험료를 낭비하는 것이자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로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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