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왕진 시범사업' 시작···'탁상공론' 지적 속 일부 기대감도
'의원급 왕진 시범사업' 시작···'탁상공론' 지적 속 일부 기대감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1.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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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3일까지 시범사업 참여할 의료기관 모집, 기존 진료업무 병행 가능
준비없이 성급히 시작, 비관론 우세···일부 학회 "새로운 영역, 참여해 볼만"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원급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할 기관 모집이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이번 시범사업에 일선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참여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시행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문 진료의 적정 비용이나 방문 진료의 형태, 법·제도적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업이란 것이다. 한편으로 내원 환자가 적은 진료과를 중심으로 이번 사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회 왕진료 약 11만5000원, 1주일에 15회까지만 신청 가능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차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22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시범사업의 참여 대상은 왕진 의사가 1명 이상 있는 의원이다. 왕진의사는 의료기관 내 업무를 병행해 수행할 수 있다. 

사업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마비(하지·사지마비·편마비 등) △수술 직후 △말기 질환 △의료기기 등 부착(인공호흡기 등) △신경계 퇴행성 질환 △욕창 및 궤양 △정신과적 질환 △인지장애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진료를 요청한 경우에 왕진을 하고 왕진료 시범수가를 산정할 수 있다.

왕진료 시범수가는 왕진 수가 이외에 별도 행위를 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왕진료 Ⅰ'은 왕진료에 의료행위 및 처지 등을 모두 포함해 약 11만5000원이 책정된다. 별도 행위 산정은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왕진료 Ⅱ'는 왕진료 이외에 추가적인 의료행위 등을 포함한 것으로, 별도 행위 산정이 가능하며, 대신 기본 수가가 약 8만원 수준으로 낮다.

단, 시범사업에서는 의사 1인당 일주일에 왕진료를 15회까지만 산정할 수 있다. 같은 건물이나 같은 세대에 거주하는 복수의 환자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왕진료의 일부만 산정할 수 있다. 왕진을 요청한 환자는 왕진료 시범수가의 30%를 부담하며,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왕진을 이용한 경우에는 시범수가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일선 의사들 ‘체감도’ 낮아···"매력 느낄 만한 사업 아냐"

그러나 왕진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상태다. 진료실을 운영하는 동시에 왕진 진료를 한다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은데다, 사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의료인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호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일선 의사들도 이번 왕진 시범사업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인 틀이 "매력을 느낄 만큼 잘 갖춰진 사업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당장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놓치면서까지 왕진사업을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서 "의사회는 물론 회원들이 왕진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는 커녕 관심도 갖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원장은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방문진료나 약물시범사업 등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 내면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세분화하며 분리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B원장도 "의사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부가 책정한 왕진 관련 수가에는 의사 이외의 동행인에 대한 수가도 책정돼 있지 않다"면서 "또한 여의사의 경우 정신질환이나 인지장애를 가진 환자에 대한 왕진 진료시 위협을 받을 수 있어 꺼려진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선 의사들은 '가이드 라인' 미비에 따른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당장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도 진료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료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법적 분쟁에 대한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왕진의 경우 "어떻게 진료하고 치료하겠느냐"는 것이다.  

◆의협 "현장의 목소리 반영 못해" 반대 입장에도 일부 진료과 중심으로 기대감 나타내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일부 공무원 몇 명이 펜대를 돌려 만든, 현장의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한 불완전한 시범사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방문 진료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려 한다”며 “이번 시범사업은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만큼, 국민은 국민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실망만 안은 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의 전반적인 틀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던져놓고 ‘잘하나 한번 보자’라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단순히 수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현재 진료실 내 의료 환경도 정상화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회원들 역시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내원 환자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병원들의 경우 이번 왕진 시범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요구가 생기다 보니 다양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은 '자율모집'인 만큼, 의협이 공식적으로 시범사업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더라도 회원 개인의 판단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학회에서는 학술대회를 통해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해당 학회들은 "왕진은 의사에게는 새로운 영역일 뿐만 아니라 나중에 수가에 반영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조건 '수가가 낮다'고 미루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시범사업 참여를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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