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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억새 물결과 초록 숲길을 함께 즐겨
은빛 억새 물결과 초록 숲길을 함께 즐겨
  • 김진국
  • 승인 2019.11.19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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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62) ‘오름 나들이’
김 진 국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 진 국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어느덧 올해도 훌쩍 지나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접어든다. 가을 하면 단풍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와 함께 가을을 운치 있게 해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억새다. 한국에서 억새 명소는 포천 명성산, 정선 민둥산, 밀양 영남알프스가 유명하고 가까이 서울 하늘공원 억새도 인기 절정이다. 제주도에서는 예전부터 유명한 산굼부리와 함께 다양한 오름들이 억새 명소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아름다운 은빛 억새들의 군무와 멋진 풍경이 이어지는 정물오름
기생화산인 오름에는 대부분 억새 군락이 만들어져서 가을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오름 중에도 정물오름은 가족과 함께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로 아이들의 걸음으로도 30분 이내에 등반이 가능하다. 말굽형의 분화구를 가진 오름으로 한쪽으로 올라 반대쪽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왼쪽 완만한 능선으로 올라가서 오른쪽 가파른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권장 코스다.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고 정물오름이 있는 성이시돌 목장으로 향한다. 큰 길 옆으로 정물오름 입구라는 작은 표지판이 우리에게 손짓을 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놓치기 딱 좋은 갈림길이다. 시골길을 따라가니 넓은 공터와 함께 정물오름 표지석이 우뚝 서서 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완만한 왼쪽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무성한 억새들이 나란히 손을 흔들며 서있다. 억새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나무들이 초록 숲 터널을 만들어 준다. 숲 터널이 끝나면서 확 트인 오름 능선과 함께 푸른 하늘이 눈앞에 펼쳐진다.

능선을 천천히 오르면서 보이는 드넓은 초원과 금오름의 멋진 풍광이 하나의 풍경화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햇살에 반사되어 비치는 은빛 억새들의 군무는 또 다른 반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느덧 정상에 올라 사방으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여유를 부려본다. 정상 등반 기념으로 멋진 추억의 사진을 남기고 내리막길로 향한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들이 날개를 힘차게 돌리며 우리의 행진을 응원한다. 철도 받침목으로 튼튼히 만든 나무계단 덕에 가파른 내리막길도 어렵지 않게 마무리한다.

■ 푸른 하늘과 초록 나무들의 향연을 음미하며 걷는 금오름 둘레길
다음 걷기코스는 정물오름 정상에서 보였던 바로 옆 금오름으로 향한다. 금오름은 한라산 서쪽을 대표하는 오름 중에 하나로 예로부터 신성시하여 금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름 정상에는 깊이 52m의 원형분화구가 있으나 지금은 바닥을 드러내서 습지처럼 되었다. 전망이 좋고 일몰이 아름다운 오름으로 유명 연예인의 방송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오늘의 코스는 시멘트 길로 오르는 정상 코스가 아닌 금오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둘레길이다. 오름 입구에 있는 연못의 이름이 “생이못”이다. 자주 마르는 못이어서 생이(새)나 먹을 정도의 물 또는 새들이 많이 모여들어 먹던 물이라는 뜻이다. 제주도 말을 들어보면 재미나면서도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둘레길 입구로 들어서니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초록 나무들이 우리를 반기며 호위를 서준다.   

금방이라도 마차가 지나갈 것 같은 황토 빛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길 가운데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들이 수북이 자라나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나무들의 행렬이 끝나고 나지막한 언덕으로 오르는 코스에는 한적한 시골 풍광이 펼쳐진다. 언덕 기슭에 핀 노란 꽃들은 해맑은 웃음으로 지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다시 숲길이 이어지면서 어디선가에서 풍기는 구수한 소똥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어느새 오름을 한 바퀴 돌아 출발점이다.


여행 TIP.  이외에도 제주에서 억새와 함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다양하다. 바다를 같이 보고 싶다면 닭머르해안길이 좋고, 높은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면 따라비오름, 새별오름, 아끈다랑쉬오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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