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삽관술 후 뇌 손상 발생···法 "튜브 빠졌다고 의료진 책임은 아냐"
기관삽관술 후 뇌 손상 발생···法 "튜브 빠졌다고 의료진 책임은 아냐"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1.18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11억 손해배상 소송서 의사 과실 있지만 인과관계 없다

편도 주위 농양으로 인해 뇌 손상이 발생한 환자에 대해 법원이 응급조치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삽관된 기관절개튜브가 발관(拔管)된 것에 대해 의사 과실이 있다고 봤지만 해당 과실이 뇌 손상까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측이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11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1심에 이어 원고인 항소를 기각했다.

환자 A씨는 2017년 4월경부터 목에 통증이 있어 근처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응급의학과 의사 B씨는 A씨에 대해 급성인후염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A씨는 추가적인 검사를 거부했다. 이에 B씨는 A씨가 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경과 관찰 후 증상이 악화되면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이후 퇴원한 A씨는 얼마 뒤 다시 병원에 내원했다. 이번엔 이비인후과 의사 C씨가 편도 주위 농양으로 진단하고 A씨를 입원시켰다. 

같은 날 저녁, A씨는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며 침 흘림 및 기도폐쇄 증상을 보였다. 이에 의료진은 기관절개술을 시행했다. 현재 A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뇌의 영구적인 허혈성 손상이 유발돼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씨의 가족측은 의료진이 생명배려의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의료적 과실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처음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A씨가 추가 검사를 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입원 등 처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해 치료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도폐쇄 이후 기관 내에 삽관된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되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A씨에게 호흡곤란이 발생하기 전까지 A씨가 인후통과 고름, 가래로 인해 숨찬 증상을 호소했는데도 진통제만 투여하는 등 외과적 배농절제술 등의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가족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진이 특별한 과실을 범하지 않았을 뿐더러,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되도록 한 과실은 인정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가 처음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생체활력징후가 정상이었고 인후통 이외에 편도주위 농양으로 인한 기도폐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고 판단할 만한 증상이 없었다"며 "의료진이 증상 악화 가능성에 대한 설명 후 원고를 귀가시킨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편도주위 농양에 대한 미흡한 처치 여부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A씨의 생체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항생체에 대한 피부반응검사를 시행한 후 항생제를 투여한 점이 참작됐다.

특히 편도주위 농양이 기도폐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치료에 있어 진단 즉시 응급으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반면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된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진 과실이 인정됐다. A씨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 가족 측은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돼 산소공급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과실과 A씨의 증상악화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됐을 당시 산소포화도가 80% 이상으로 유지되고 심정지도 발생하지 않아 튜브 발관으로 인한 허혈성 손상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의료진이 A씨에게 삽관한 기관절개튜브가 발관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하지 못한 과실은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A씨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