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10명중 8명 '자살' 충동 느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10명중 8명 '자살' 충동 느껴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1.18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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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증학회, 희귀난치성 질환 CRPS 환자 대상으로 삶의 질 설문조사
법원 "CRPS통증, 장애에 준한다" 판결···'장애로 인정해야' 목소리 높아

#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A씨. 그는 매일 칼날이 살을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통증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B씨도 비슷한 경우다. 시도 때도 없이 발병하는 통증으로 진료를 받던 중 자살충동을 느껴 자해를 시도했다. 이후에도 진료를 받으러 가던 중 병원 응급실로 차를 돌진해 자살 시도를 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행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환자 A씨와 B씨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을 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서 이처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매년 1000여 명 이상 늘어나고 있지만, 치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10명 중 8명이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위험한 ‘통증환자’에 대해 국가·사회적으로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병명 그대로 통증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희귀성 난치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치료 역시 매우 어렵고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CRPS 환자 수는 명확하지 않지만,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연간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29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환자들의 통증 실체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오해들은 더욱 환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통증학회에서는 지난 7월부터 전국 37개 수련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CRPS 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환자들의 질환과 경제 상태 등 삶의 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관련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대부분이 사회·경제적으로 왕성한 활동기에 있는 20~50대에 속했다.

또 주부나 학생 등을 제외하면 75% 이상이 발병 전에는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발병 후에는 이들 중 3분의 2가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증점수 7점(10점 기준) 이상의 극심한 통증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및 신경정신과적인 문제가 수반됐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처음 발병했을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저곳으로 통증 부위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 이상의 환자는 '가벼운 일상활동에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대답했고, 약 80%의 환자들은 '자살 충동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치료에 필요한 병원비는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의료보험이나 의료보호 등을 이용해 자비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응한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사회 활동이나 수입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응답 환자의 26%만이 산재보험이나 국가지원금으로 생계유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의 환자들은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 대출 등을 통해 생계유지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간편형 척도를 이용한 삶의 질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CRPS 환자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환경적 요소 모두 중등도 이상의 척수마비환자에서의 결과 이상으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영훈 대한통증학회장은 “이번 조사의 결과로 대부분의 CRPS 환자들이 질환 자체로도 힘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분에서도 매우 열악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환자들의 전체적인 삶은 삶의 질을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처참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학회는 최근 고등법원에서 처음으로 "CRPS 환자의 통증이 신체적 장애에 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통증은 공식적으로 장애인 판정 척도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에 대한 개선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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