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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개명해 주세요"···산부인과, 여성의학과로 바뀔까?
"대통령님, 개명해 주세요"···산부인과, 여성의학과로 바뀔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1.15 11: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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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임산부만 이용하는 곳 아냐"···명칭 바꿔달란 청와대 청원에 3만명 동의
의료계도 7년 전 정부에 명칭 변경 의견 내···일각에선 "전문성 없어보일라" 반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변경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4일 현재 3만명을 넘어섰다. 

앞서 의료계에서도 산부인과란 명칭을 시대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당시 논의가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진 데 비해, 이번엔 일반인들의 가세로 사회적인 관심이 훨씬 증폭되면서 산부인과에 대한 개명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인 47%, 청소년 56%···'산부인과는 임신·출산 위해 가는 곳'이라 생각

이번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자는 "여성에게는 나이와 성관계 유무, 결혼과 출산 여부와는 상관없이 건강한 진료와 의학적 치료, 적절한 조언이 필요하지만, 산부인과와 부인병이라는 시대착오적 이름 때문에 포궁(胞宮) 진료가 필요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진료를 기피하고 있어 진료과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또 "산부인과는 임산부만 이용하는 곳이 아닐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눈초리를 받으며 진찰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도 의문"이라며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하거나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와 분할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미혼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꺼리는 이유는 ‘선입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산부인과라는 명칭에 '임신과 출산이나 부인병 등을 다루는 진료과로 결혼한 여성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부인과는 임신과 출산을 위해 가는 곳이냐'는 질문에 청소년 응답자 중 56.2%와 성인 응답자의 46.5%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에 비해 방문하기가 꺼려지냐'는 질문에도 청소년 83.5%, 성인 82.5%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모든 여성이 자유롭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산부인과라는 명칭부터 여성의학과로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확산됐다. 이번 청원에는 결국 이처럼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의료계도 명칭 변경에 대체로 긍정적···진료실 문턱 낮아져 의사·환자 모두 이득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산부인과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의료계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인 입장에서도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바꾸는 것이 현실과 맞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012년 산부인과의사회에서도 보건복지부에 ‘여성의학과’로 변경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직역 간 이해문제로 무산됐었다"며 "국민들이 나서 청원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엔 여성들의 성경험 시기가 빨라지면서 결혼과 상관없이 ‘피임’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등 출산 이외의 문제로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다이어트로 인해 생리 불순을 겪게 돼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일선 개원의사들도 여성의학과는 임신과 부인 관련된 진료과가 아닌 여성의 질병을 모두 보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산부인과에 대한 명칭 변경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여성의학과로 명칭이 바뀌면 진료실의 문턱이 낮아져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다만 산부인과 내부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개원의사 A씨는 “개인적으로 여성의학과라고 하면 여성의 질병을 다루는 점에 있어 좋은 것도 있지만, '스페셜리티'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반대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명칭 변경과 함께 일반인들이 산부인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산부인과에 가면 누구나 소위 '굴욕의자'라고 불리는 '진료의자'에 앉아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엔 초음파를 통한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진료의자를 사용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건강검진’처럼 산부인과도 나이에 맞는 상담과 치료를 해야 예방과 진료를 통해 여성들이 건강한 삶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는 여성의 출산과 관련된 진료만 보는 과가 아니다"라며 "분만과 상관없이 여성과 관련된 모든 질병과 질환을 예방·치료하는 진료과로 모든 여성이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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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TAX 2019-11-20 1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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