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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0명 중 7명 "3년새 진료실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언·폭행 경험"
의사 10명 중 7명 "3년새 진료실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언·폭행 경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1.13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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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원 2034명 대상 폭행사례 설문 실시···이유엔 진료결과 불만이 가장 많아
의협 "진료거부권 도입하고 허위내용 기재 요구 못하도록 관련법 제정 노력할 것"

최근 을지대병원에서 발생한 의사 폭행사건을 계기로 의협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최근 3년간 진료실 안에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을지병원 폭행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했던, '환자로부터 진단서를 허위로 수정해달라'는 요구나 협박을 경험한 사람도 1254명(61.7%)이나 됐다.

이처럼 상당수 의사들이 진료나 진단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들의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의료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응답자 71.5%, 폭언·폭행 경험···대처방식엔 절반이 "말이나 행동으로 적극 맞선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6~10일까지 5일 동안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설문에는 총 2034명이 참여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년간 진료실 내에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회원은 71.5%인 1455명이었다. 의사 10명 중 7명 꼴로 환자·보호자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한 셈이다. 

피해 수준은 가벼운 찰과상이나 타박상(109명)이 가장 많았고, 소독 처치·진통제(47명), 봉합·수술(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중증외상이나 골절 등 생명 위협을 당한 경우도 4명 있었고, 신체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응답도 1327명 있었다.

환자나 보호자가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이유는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596명)이 가장 많았으며, 진단서 등 서류 발급(255명)이 다음으로 많았다. 이외에 대기시간, 진료비용, 불친절 등의 이유를 들었다.  

설문에서는 의료인 각자가 갑작스러운 폭언·폭행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말이나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맞선다(927명)'는 응답이 주를 이뤘고, 이외에 '무시하고 밖으로 피한다'거나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경우가 있었다. 진료실 내 대피 공간 마련 유무에 대한 질문에는 93.1%인 1894명이 ‘아니오’라고 답해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폭행이 발생했을 때 그대로 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 등 법적으로 대응했을 때 피의자 처벌이 이뤄졌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니오’라는 답이 많았고, 폭언·폭력을 행사한 환자가 시간이 흐른 뒤 진료를 목적으로 다시 내원한 경우도 있었다. 

◆의료계, 의료법 개정과 재정지원 뒷받침돼야

의료계에서는 의사가 환자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과 함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13일 의협회관에서 ‘의료인 폭력 근절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향후 협회 계획 등을 발표했다. 의협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을 상대로 벌어지는 폭력사건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사고가 터지고 난 직후에만 '반짝' 관심을 보일 뿐, 의료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가 제시한 여러 대책들도 현실의 벽에 막혀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하면서 의사들은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된 채 불안한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 해결 방법으로 거론되는 '반의사불벌죄' 삭제 필요(1760명), 의사 진료거부권 보장 필요(1741명), 허위작성 요구자 처벌조항 필요(1738명) 등에 대해선 응답 의사 대부분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성별이나 연령, 신분에 상관없이 진료·치료가 책무인 의사들의 진료거부가 어려운 만큼, ‘진료거부권’이 의료법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또한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각종 서류에 대한 환자들의 허위내용 기재 요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회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또 “올해 초, 의료인 폭행 문제를 놓고 많은 대안들이 제시됐을 때, 의료기관에서 의료인과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나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정부에 의료기관 안전수가 및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장비 구입 등에 들어가는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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