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6:54 (화)
[인터뷰] '남들은 하나만 잘 하기도 힘든데'···"교수님, 제일 잘 하시는 게 뭐예요?"
[인터뷰] '남들은 하나만 잘 하기도 힘든데'···"교수님, 제일 잘 하시는 게 뭐예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1.1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흥식 고대의대 교수···뇌 연구 권위자이자 자타공인 '강의왕'
장관급 과학기술자문위원 맡아 과학기술 정책·예산 최종 심의
"내년에 퇴임하면 초중고 돌아다니며 재능기부하고 싶어"

평생 뇌 의학 분야 연구에 매진한 ‘기초 의학자’이자 전국 대학을 통틀어 가장 강의를 잘 하는 교수로도 선정된 바 있는 ‘강의왕’이 이번엔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 정책과 예산을 최종 심의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주인공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학장 이홍식) 생리학교실 나흥식 교수(사진). 나 교수는 지난 10월 29일 문재인 정부 제2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장관급)에 위촉됐다. 임기는 1년.

나 교수는 “그동안 학교에서의 경험을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국가과학기술의 혁신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관으로 '자문회의'와 '심의회의'로 구성된다. 이중 심의회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에 근거한 과학기술 분야 최고 심의기구다. 의장(대통령)과 부의장(염한웅 포스텍 교수), 과학기술 관련 교수를 중심으로 한 9명의 민간위원과 정부 5개 부처 장관 및 과학기술보좌관(간사위원)으로 구성돼 과학기술 분야 정책과 예산을 최종적으로 심의한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에 의대교수가 위촉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기초 의학자가 위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 교수는 뇌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지난 1981년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박사를 마친 후 1990년부터 생리학교실 교수로 부임해 고대의대 학장,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간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19년 대한생리학회 학술대회에서 학회 최고 권위상인 ‘유당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고려대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무려 열여덟 차례나 수상했고, 지난 2017년엔 중앙일보가 선정한 전국 대학교수 ‘강의왕’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가에서는 ‘강의 잘 하는 교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나 교수의 인기 강의인 ‘생물학적 인간’은 교양과목이어서 의대생뿐 아니라 고대 학부생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데, 매학기 500여 명이 넘는 수강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강의실이 없어 일부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Modified team-based learning(개선된 팀 기반 학습)으로 명명된 특유의 교육법에 있다. 나 교수가 직접 고안한 이 교육법은 1등부터 100등까지 줄 세우는 ‘한국식 스타일’이 아닌, 모든 학생들이 학습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10명으로 구성된 조가 공동보고서를 제출하고, 임의로 선발된 학생에게 구술시험을 시행해 그 점수를 조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 교수는 “수업을 통해 자기 안의 울타리에 갇혀 있던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토론하기 시작했고 모두가 서로의 선생님이 되기를 자청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명강사의 명성은 캠퍼스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오는 28일에는 서초구청에서 구민을 대상으로 ‘4차 혁명과 뇌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내년 2월이면 어느덧 교수로서 정년을 맞이하지만 나 교수는 이러한 재능을 퇴임 후 사회에 기부할 생각에 요즘 부쩍 가슴이 벅차다고 한다.

“퇴임 후에는 대학 강의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초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틈나는 대로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아내(김희진 연세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저의 뜻을 적극 응원해 주고 있어 더욱 힘이 되고 있네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