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퇴원시키라는데도 진료해 요양급여 챙겼다면 '위법'
정신질환자 퇴원시키라는데도 진료해 요양급여 챙겼다면 '위법'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1.13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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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정신병원장이 제기한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소송 기각
"입원진료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진료는 그 자체로 위법"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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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로부터 환자를 퇴원시키라는 명령을 받고도 정신병원에 환자를 계속 입원시킨 채 요양급여비용을 타간 의사에게 내려진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진과 환자 간에 진료계약이 있다고 해도 행정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해당 의사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진료를 했고 퇴원명령에는 진료계약을 무효화시킬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13일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건보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지난 2017년 4월 시청으로부터 입원해 있던 환자들에 대한 퇴원명령서를 받게된다. 하지만 A씨는 환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된 진료를 지속했고 이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4479만1660원을 건보공단에 청구했다. 이후 건보공단은 해당 요양급여비가 부당하게 청구된 것으로 보고 급여비 전액을 환수처분했다.

환수처분이 이뤄지자 A씨는 처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퇴원명령만으로는 의료인-환자 간 의료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건보법 제57조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진료를 했음에도 요양급여비가 환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속임수 등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거나 진료계약 자체가 부정돼야 한다.

그러나 퇴원명령 자체는 환자들을 퇴원시킬 의무만 부과할 뿐, 그 자체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진료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효과는 없다는 게 A씨 주장의 골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를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았다.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급받는 행위까지 '부당한 방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처럼 "애초에 입원 진료를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하기 때문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퇴원명령에 반하는 계속입원 진료행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위법한 감금행위라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6개월을 초과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경우 최초 입원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전문의 진단, 보호의무자 동의, 심사청구 등의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나 심사 결과 퇴원명령을 받은 경우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환자의 신체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불법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정신병원에서 종종 발생하는 지연퇴원과 그 기간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온 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보고 있다.

김준래 변호사(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판결은 정신병원의 지연퇴원과 허위 요양급여비 청구 사례에 대한 고등법원의 첫 번째 판례"라며 "퇴원명령을 무시한 병원에 대해 환자의 기본권 보호를 중심에 두고 선고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판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진료 자체는 정당했다"는 원고측 주장도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판결에서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진료계약을 체결할 만한 온전한 의사능력이 있는지도 불명확하고 대리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이해관계에 있는 대리인들이 입원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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