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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병학술단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노인병학술단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유형준
  • 승인 2019.11.12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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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 (96)
유 형 준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유 형 준 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늙음오디세이아’ 열네 번째 원고 <노인의학은 노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노인의학적 충실에 필요한 요건에 대해 카셀 교수의 제안을 인용한 바 있다. “노인의학을 이해하려면 최신 의학 기술 능력, 그 능력을 언제 발휘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분별하는 센스, 그리고 노인 환자를 위한 옹호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진지하게 감당할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노인의 의학적 문제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총합하고, 합당한 담론을 주도해야할 학술단체를 싹 틔워 세우는 일, 여기에도 카셀 교수의 견해는 변함없이 작동한다고 믿는다. 그 작동의 자취를 대단히 줄이고 깎아 적는다. 

미국의 내셔가 1914년 ‘노인의학, 노인의 질병과 치료’를 발간하며 ‘노인의학’이란 용어가 탄생한 후 이십팔 년이 지난 1942년 미국 노인병학회는 창립되었다. 학회지 <Journal of American Geriatrics Society>는 십 년이 더 지난 1953년 창간되었다. 영국노인병학회는 미국보다 5년 뒤 1958년 발족했다. 일본노년의학회는 1959년 발족하였다. 이어서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의학 관련 학술단체의 탄생과 경과를 지난 2018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대한노인병학회 공식 영문학술지인 <Annals of Geriatric Medicine and Research> 특별 부록으로 발간된 ‘대한노인병학회 50년사’와 동일한 학술지 제22권 4호에 실린 ‘대한노인병학회 50년’을 근거로 기술한다.

대한노인병학회의 태동은 1966년 서순규, 이덕호 등의 발의로 연구회 조직을 구성한 것이 시작이었으나 구체적인 발전은 못했고, 1968년 여름, 2차에 걸친 발기인회를 가짐으로써 본격화 되었다. 창립 발기인으로는 서순규, 이성호, 이덕호, 이병윤, 안용팔, 김학중 등이 뜻을 같이 하였으며, 발기인회에서는 노인병의 증가추세에 비추어 조속한 학회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1968년 10월 3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함으로써 빛을 보았다. 당시 창립 회원은 53명이었으며, 초대 회장에 이성호, 부회장에 서순규와 이덕호를 선출하였다. 이어 1년 뒤인 1969년 11월 22일 서울대학교병원 A강의실에서 제1차 학술대회를 개최한 후 매년 학술대회를 거행하였으나 1973년 제5차 학술대회를 개최한 뒤 학회의 활동은 소그룹 세미나 형태로 위축되었다. 이후 1980년 11월 28일 특별 강연회와 총회를 계기로 다시 학회를 재건키로 하고 회장을 서순규로 선출하였으며, 1981년 1월 17일 학회 간담회에서 집행부의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였다. 이로부터 매년 2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노인병 연구 및 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재건된 학회도 1985년 6월 제14차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 이래 대외적 활동이 미약했으며, 1993년까지 학술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는 등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노인의학 및 노인의학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한 관련 인사들의 발의로 학회 조직을 가다듬어 1994년 1월 14일 제6대 회장단을 선출하여 학회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였다. 정기적 노인병 연구 세미나 및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연구초록집, 학회지 등을 발간하였다. 2006년 국내 최초의 노인병학 교과서 ‘노인병학’이 발간되었고, 1997년 창간한 학술지 <노인병>은 2016년부터 영문잡지로 재탄생하였다. 아울러 2001년 노인병 인정의 제도를 시하여 같은 해 5월 1일 제1회 노인병 인정의가 탄생하였다. 세계적 학회로의 발돋움을 위하여 일본 노인병학회와의 학술교류 활동을 마련하여 2000년에 양국 노인병학회의 최초의 학술회합을 가진 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2008년엔 재단법인 노인의학학술재단을 설립하여 노인병학 연구 지원을 능동적으로 하고 있다. 2013년엔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국제 노인학 노인의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 IAGG, 1950년 창설) 국제학술대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또한 노인병학 학술상을 제정하여 매년 춘계학술대회에서 학술대상과 젊은의학자상을 수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술교류의 국제화에 박차를 가해 노인증후군, 노쇠.근감소증 분야의 세계 수준의 학술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상으로 노인병학회의 태동과 경과를 최대한 줄여 살폈다. 늙음은 질병의 이환율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가능한 병에 시달리지 않는 건강하고 힘찬 늙음을 소망한다. 그러나 늙음이 지니는 평범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한 속성들은 성공한 늙음을 위한 묘방(妙方)의 도출을 어렵게 한다. 학술단체는 학문성, 활동성, 그리고 소통과 친목이 넉넉해야 성장하고 발전한다. 국내에 반세기 이상 노인병학 역사를 쌓아온 학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장과 발전을 그리 어렵지 않게 기대할 수있다.

그러나 지나간 오십 년과 어쩌면 판연히 다를지도 모를 새로운 전개를 암시하는 초고속의 노령화 속에서 노인병학 학술단체의 보다 뚜렷한 방향 설정과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근거중심의 노인병 진료체계가 확립되도록 각종 진료지침을 수립하고, 학생과 전공의, 나아가 일반 의사들을 위한 노인의학 교육과정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양질의 노인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의료정책 분야에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꾸준히 제시해 나가야 된다.

동시에 학술연구단체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도록 연관학회, 나아가 국제학회와의 교류협력에 더욱 힘을 쏟아 글로벌 경쟁력을 쌓는 것 또한 시대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원만히 달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노인병 관련 의학자들 모두가 학자적 의식을 가지고 학회를 구심점으로 뭉쳐 각자의 역할을 모으는 헌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자세와 역할, 그리고 헌신은 곧 노인병학의 역사로 촘촘히 기록되고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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