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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카레 폰키엘리 오페라 (라 조콘다)
아밀카레 폰키엘리 오페라 (라 조콘다)
  • 오재원
  • 승인 2019.11.12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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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93)
오 재 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오 재 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자살을 택한 비련의 여인
이 작품은 베르디와 푸치니 사이에 활동한 아밀카레 폰키엘리의 걸작으로 여주인공의 비극적 운명을 가장 어둡고 깊은 감동으로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 대신 ‘가희(歌姬)’라는 뜻의 ‘라 조콘다’로만 불릴 정도로 비천한 존재이지만 사랑한 연인 엔초가 옛 사랑과 재회하면서 위기 상황에 빠지자 자신의 목숨을 바쳐 두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오페라는 빅토르 위고의 희곡 ‘파도바의 폭군 안젤로(Angelo, tyran de Padoue)’를 기초로 아리고 보이토가 대본을 맡아 1876년 4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폰키엘리의 생애는 비록 베르디란 큰 빛에 가려졌지만 밀라노 음악원 교수였던 그는 푸치니와 마스카니의 스승이자 베리스모 오페라의 선구자였다. 이 작품은 베르디의 최고 걸작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음악과 함께 그 묵직한 분위기는 1890년대 이후 전개된 베리스모 오페라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또한 어느 걸작 오페라 이상으로 뚜렷하다. 비밀경찰 바르나바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어느 악역보다도 치를 떨게 만드는 존재이며, 조콘다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스스로 선택하는 가장 가련한 주인공이었다.

줄거리는 베네치아의 가수 조콘다는 공작 엔초를 짝사랑하지만 엔초에게는 법무장관 알비제의 아내 라우라라는 연인이 있다. 이 사실에 대해서 심한 질투를 느끼고 있던 조콘다는 어떻게 해서든 둘 사이를 떼어놓고 엔초의 사랑을 차지할 열망을 지니고 있다.
한편, 조콘다를 흠모하는 밀정 바르나바는 교묘한 술책으로 엔초와 라우라를 함정에 빠트릴 음모를 꾸민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조콘다는 엔초와 라우라의 순수한 사랑을 지켜주기로 결심하고 둘을 멀리 피신시킨 후 자신은 바르나바가 보는 앞에서 자결한다는 내용이다.

△제1막 17세기 베니스 법무장관 알비제 공작의 성 안 뜰 베니스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비밀경찰 바르나바는 가수인 조콘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지만 그녀는 단호히 거절한다. 조콘다가 자신의 눈먼 어머니를 남겨놓고 애인 엔초를 만나러 간 사이, 곤돌라 경주가 끝나자 군중들이 돌아와 패자인 추아네에게 눈먼 노파가 그의 배에 마법을 건 마녀라며 그녀를 죽이려는데 우연히 법무장관 알비제가 아내 라우라와 함께 이 장면을 본다. 라우라는 노파 손의 묵주를 보고 이단자는 아니라고 하자 알비제는 노파를 풀어주라고 명령한다. 노파는 감사의 뜻으로 손의 묵주를 라우라에게 준다. 조콘다가 엔초와 함께 돌아와 어머니를 구해 준 데에 대해 감사하면서 선원인 엔초를 라우라에게 인사시킨다. 바르나바는 엔초가 라우라가 결혼 전 서로 사랑했던 제노바 왕자임을 알아챈다. 조콘다에 대한 복수심으로 바르나바는 엔초에게 그들의 만남을 주선하자 엔초는 기뻐하며 라우라를 만날 기대와 함께 떠나자 바르나바는 공증인에게 고발장을 받아쓰게 한다. 그때 조콘다가 이를 엿듣고 엔초에게 닥칠 위기에 비탄에 잠긴다.

△제2막 한밤 중 엔초의 범선 헤카테호 배위 선원들이 노래를 부르며 떠나고 홀로 된 엔초는 하늘과 바다를 보며 라우라에 대한 마음속의 그리움을 노래한다. 그녀가 바르나바와 함께 도착하고 기쁨의 재회를 나누고 출항의 순간이 되자 엔초는 마지막 준비를 위해 그녀를 갑판에 홀로 두고 떠나고 그녀가 기도하는 사이 조콘다가 갑자기 나타나 격노하며 라우라를 모욕하고 두 여인의 정열적인 이중창이 펼쳐진다. 이때 알비제가 타고 있는 배가 나타난다. 놀란 라우라는 자신이 살려준 노파로부터 받은 묵주를 내보이자 이에 놀란 조콘다는 라우라를 도망치도록 돕는다. 잠 시 후 엔초가 갑판에 도착하자 조콘다는 그가 자기를 배신했지만 라우라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함께 달아날 것을 재촉하자 그는 배에 불을 붙이고는 바다에 뛰어 내린다.

△제3막 알비제의 성 안 회랑.
제1장 격분한 알비제는 으스스한 혼잣말로 베네치아 귀족들과 어울려 자신의 명예를 손상시킨 아내를 독살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라우라가 도착하자 부정의 증거를 대면서 그녀에게 독약을 주고는 호숫가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끝나기 전에 마시도록 명령한다. 그가 자리를 뜨자 조콘다가 들어온다. 라우라를 살리기로 다짐하고, 죽은 것처럼 보이도록 준비해 온 마취제를 독약 대신 마시도록 라우라를 설득한다.
제2장 옆방에선 유명한 ‘시간의 춤’과 함께 화려한 발레로 연회를 즐긴다. 바르나바가 저택에 숨어 있다가 발각된 눈먼 노파를 끌고 도착한다. 이어 조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저택에 몰래 들어와 있던 엔초도 바르나바에게 그것은 라우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손님들에게 알비제는 옆방의 관에 라우라가 누워 있음을 밝힌다. 엔초가 달려들지만 경호원들에게 감금당한다.

△제4막 라 조콘다가 사는 주데카섬, 황폐한 성 안의 방 조콘다는 그녀의 친구와 아직 의식불명인 라우라를 무덤에서 꺼내서 그곳으로 옮겨 놓는다. 그녀는 이제 자살에 임박한 심정과 라우라를 죽이기 위한 유혹에 대한 영웅적인 저항을 노래한다. 라우라가 약에서 깨어나자 처음에는 상황을 오해하고 조콘다에게 화를 내려 한다. 이때 조콘다는 연인의 도피를 위해 했던 모든 계획을 밝힌다. 보트 한 척이 도착한다. 감사와 이별의 말을 거듭하며 엔초와 라우라가 떠난다. 그들이 떠나자 바르나바가 도착하여 대가를 요구한다. 조콘다는 그녀의 사치품들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끌고 그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찌른다. 바르나바는 그녀의 귀에 자신이 그녀의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조콘다는 이미 숨을 거두고 만다.

■ 들을 만한 음반
△마리아 칼라스(조콘다), 피오렌자 코소토(라우라), 피에르 밀란다 페라로(엔초), 피에로 카푸칠리(바르나바), 이보 빙코(알비제), 안토니오 보토(지휘),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EMI, 1959)
△아니타 세르퀘티(조콘다), 귀레타 시묘나토(라우라), 마리아 델 모나코(엔초), 에토레 바스티아니니(바르나바), 세자레 시에피(알비제), 지오난드레아 가바체니(지휘), 마끼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Decca, 1957)
△레나타 테발디(조콘다), 마릴리 혼(라우라), 카를로 베르곤지(엔초), 로버트 메릴(바르나바), 람베르토 가르델리(지휘), 산타 세실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코러스(Decca,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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