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당직의가 신경과 전문질환 조기에 진단 못한 건 과실 아냐"
"응급실 당직의가 신경과 전문질환 조기에 진단 못한 건 과실 아냐"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1.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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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대사성 산증 사망 환자 유족이 제기한 손배 소송 기각
동맥혈가스분석 검사 필요했지만 비전문의 과실로 보기엔 역부족

신경과 전문 질환인 악성신경이완증후군으로 사망한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응급실 의료진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사성 산증에 의한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의 경우, 신경과 전문의에 의한 동맥혈가스분석 검사가 필요하지만 응급 상황에서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료진이 실시한 진단과 치료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사망한 환자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환자 A씨는 22세 남성으로 지난 2011년 2월 두통, 구토 증상을 보이며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혈액검사 결과 당시 A씨는 활력징후, 맥박 등이 모두 정상 범위였고 의료진은 구토 치료제를 투여하고 A씨를 귀가시켰다.

그러나 다음날 A씨는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다시 내원했다. 의료진은 다시 구토 치료제를 투여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으나 A씨는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호흡곤란과 복통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악화됐다.

이에 응급실 당직의사 C씨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실시하고 대사성 산증 및 급성신부전으로 진단, 비본과 칼슘 글루코네이트를 각각 투여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A씨를 D병원으로 전원시켰지만 A씨는 결국 사망했다.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 측은 B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에 대한 진단 및 치료과정에서 과실이 있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우선 의료진은 두 차례에 걸쳐 구토 치료제를 과다 투여해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을 발생시켰고 1차 내원 당시 일시적으로 구토를 멈췄다는 이유로 퇴원시키면서 다시 내원할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대사성 산증 및 급성신부전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진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구토 치료제가 최대 권장사용량을 초과한 것은 맞으나 과다 투여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토 치료제 투약 용량 선택은 임상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1차 내원과 2차 내원 사이에는 8시간 정도 차이가 있어 권장되는 투약 간격을 위반해 과다 투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치료 소홀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차 내원 당시 A씨에게 구토 치료제를 투여한 후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이었고, 구토 및 두통 증세가 호전되자 A씨를 퇴원시키면서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약을 처방하는 한편, 외래로 추가 진료를 받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사성 산증 및 급성신부전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반 의료진 능력으로는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사성 산증의 경우, 전문 의료진에 의해 동맥혈가스분석 검사가 먼저 시행돼야 한다. 그 이후에야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사해야 하는 일반 당직의사에게 동맥혈가스분석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이를 과실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당직의사가 동맥혈가스분석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이를) 과실로 연결하기 어려우며 내원 시부터 적절한 처치까지 치료가 3시간 정도 늦어진 것을 치명적인 범실로 보기 어렵다"며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은 해당 환자를 많이 다뤄본 경험이 있는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질병"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의료진의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없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일반인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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