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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제약바이오를 어찌할꼬?
'돈 먹는 하마' 제약바이오를 어찌할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1.07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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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비중 높은 점 감안해 "다양한 조세지원 해줘야" 주장에
이미 정부 지원 많은 상황에 타 산업과 '형평성' 고려해야 반론

최근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다양한 조세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른 산업에 비해 R&D(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약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제약바이오업계가 다른 산업에 비해 충분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원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세연 의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 공동 주최로 7일 오후 2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조세제도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과거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에 이어 최근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30여 개 정도 되는 우리나라 신약 품목의 '전체' 매출액이 연 2000억 원 수준인데 비해, 글로벌 바이오제약회사 애브비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연 매출액만 약 20조 원에 달한다.

제약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고 개발에 성공해 이익을 달성할 때까지 시간과 비용이 오래 소요된다. 특히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높지만 실패할 위험은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깁갑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약품 품질관리 개선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신성장·원천기술 R&D 비용 세액공제 이월기간 확대 및 초과공제액 환급, 혁신형 제약기업의 기술대여 시 발생한 소득의 세액감면 등 세제지원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선 기술대여 거래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포함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한정해, 실질적으로 국산 신약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의 기술대여 거래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초기에 높은 연구개발비 등으로 결손이 발생하는 규모가 작은 '신생' 제약바이오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의 경우에도 다른 기업과 동일한 세액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약품 품질관리(GMP) 개선시설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제약사들이 정부의 세제지원에 대한 규모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행 2~3년 단위의 세제지원 일몰규정을 10년 이상으로 장기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영구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도 정부의 추가적인 세제지원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김종균 상무는 “제약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R&D 비중이 높아 유한양행도 매출액 대비 11% 정도 된다. 현재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산점 외에 지정에 따른 어떤 추가적인 혜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에 정부가 조세감면제도를 개선한다면 업계 입장에서 당연히 박수치고 환영할 일이며 이를 통해 큰 제약사가 벤처연구소나 작은 기업과도 기술을 서로 적극 공유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추가적 지원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을 나타냈지만 무조건적인 추가적 지원을 하기 보다는 타 산업과 형평성을 고려해 고민과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미 국내 제약 분야 R&D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이에 따른 효과성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우선 우리나라의 현재 총 R&D 지출, 정부지출(보조금과 조세지원)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총 R&D 지출은 GDP 대비 2.55%(2017년)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정부의 R&D 지출도 0.27%(2016년)로 높은 수준의 국가 중 하나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OECD에 따르면 제약산업의 R&D 조세지원에 따른 R&D 지출 증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실장은 “이는 정부지원이 추가적인 R&D를 유발하는 데 큰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정부지원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에 대한 단순한 조세지원은 전자, 자동차 등 타 산업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균형있는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다만 “제약산업은 긴 기간에 걸친 막대한 자금 수요, 높은 실패율 등의 특성이 있어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투자흐름에 대한 지원방안은 필요하다”며 “기술대여의 현 구조를 고착화하는 정부지원보다 독자적 상용화 능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민간자본흐름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액공제 초과액 환급제도의 도입은 그 원인과 세입에의 영향 등을 감안해 검토하고 이월공제기간의 적정성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 주무부처 관계자는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제약업에 대한 정부의 추가적인 세제지원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보건복지부 김영호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지금까지 국내 제약회사들이 영업력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 R&D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구조를 만들 때가 왔다. 화이자나 GSK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만 봐도 제품 출시까지 수조원에 달하는 기술개발비를 쓰지만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업계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초기에 개발된 물질이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추가적인 세제지원 외에도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며 “다른 OECD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허박스 제도를 국내에 도입해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장정숙 의원은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을 지난 6일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이 자체 개발한 특허권 등을 내국인에게 이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해당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5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해 주는 특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신약 연구개발 등과 같은 분야에 고액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은 다국적 외국기업이 대부분이어서 혁신형 제약기업이 특허권 등을 내‧외국인에게 이전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액감면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장 의원은 “국내 제약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비용 비율이 10%대가 넘는 등 신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미비해 현장의 어려움이 크다”며 “개정안을 통해 혁신형 제약기업의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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