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아이도 안 낳는데"···다인실 규제에 두 번 우는 산부인과
"가뜩이나 아이도 안 낳는데"···다인실 규제에 두 번 우는 산부인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1.06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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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은 4~6인실 전체 병상의 50% 이상 유지해야···사실상 공실로 방치
산부인과 특성상 다인실 이용 꺼리는데, 복지부 "대안 없이 폐지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저출산 기조로 인해 산부인과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구시대적인 규제가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일선 산부인과 의원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방침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건강보험공단은 전국의 분만병원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법 위반사항에 대해 합동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다수의 병원들이 ‘다인실(多人室) 미비’로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다인실'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건강보험 적용의 기준이 되는 일반병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4~6인실을 가리킨다. 현행 건강보험법상 10병상 이상의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급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산부인과 전문병원 포함)은 의무적으로 전체 병상의 50% 이상을 이같은 일반병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규제가 달라진 의료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의 경우 대다수 입원환자인 산모가 모유 수유 등으로 인해 신체를 노출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입원환자들이 유독 1인실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다인실을 이용하는 환자가 적어 공실(空室)로 놔두거나 창고나 분만 교육·상담 등 다른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다수의 분만병원들은 다인실의 70~80%를 환자 없이 비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저출산 대책으로 분만비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 산모들이 갈수록 1인실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정부의 합동현지조사에서 상당수 분만병원들이 '다인실 미비’로 지적받아 상급병실 차액을 환수당할 처지에 놓인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모자 동실, 다인실 규정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마치 규정의 위반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 실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5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어 폐업하는 분만병원이 점점 늘어가고 있고 전국의 시군구 중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단 50여 군데밖에 안될 정도로 어렵다”며 “이런 와중에 현실과 동떨어진 실사까지 더해져 더욱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또한 다인실이 1인실에 비해 원내 감염 예방에 취약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정부가 나서 다인실을 장려하는 것은 환자 안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지난 2015년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한 ‘메르스 확산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국내 병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인실을 지목하기도 했다.

김동석 회장은 “정부에 ‘다인실 50% 운영’ 규정을 폐지하거나 완화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다. 하루 빨리 분만병원에 대한 무차별적 실사를 당장 중단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다인실 50% 운영’ 규정을 폐지해 달라는 산부인과계의 요구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국민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관리를 모두 고려해 1인실과 기준병상 비율을 정한 것인 만큼, 이같은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부인과의 어려운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명확한 대안 없이 현행 병실 운영 기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고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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