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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에 다가온 전공의 공백 대란···입원전담전문의가 대안 될까?
코 앞에 다가온 전공의 공백 대란···입원전담전문의가 대안 될까?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1.05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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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내과 레지던트 3~4년차 동시에 전문의 취득, 인력공백 불보듯 뻔한데
'입원전담전문의'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당사자들은 '신분 불안정성'에 불만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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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전공의 수련기간 축소로 인해 내년부터 현재 내과 3~4년차 레지던트가 동시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전공의 4개 연차로 운영되던 내과 병동이 단숨에 3개 연차로 축소 운영될 전망이다. 자연히 일선 병원의 의료공백이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의 의료공백을 줄이기 위해 입원전담 전문의 채용 확대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병원들이 입원전담 전문의 채용을 늘리도록 유인책을 내놨지만 정작 일선 의료현장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입원전담 전문의 확대를 위해 입원전담 전문의 채용을 강제하는 식의 특단의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전공의 인력공백 대비 중인 병원 29%에 불과

그동안 내과 3, 4년차는 수석 전공의로서 저연차 전공의 백업 및 협진을 비롯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일반 외래에 이르기까지 병원 내 입원환자 관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내과 3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모든 수련병원에서 이들에 대한 공백이 동시에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대전협이 지난 4일 발표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과 인력 공백이 논의돼 인력 및 업무 분배가 진행되고 있는 수련병원은 28.95%에 불과하다.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계획이 없는 곳이 60.53%, 전혀 진행된 바 없는 곳은 7.89%로 집계됐다. 

또 입원전담 전문의 채용에 대해 채용 공고를 냈으나 한 명도 충원되지 못한 곳이 36.84%로 조사됐다. 일부만 충원된 곳은 28.95%, 계획이 없는 곳이 18.42%, 계획은 있으나 채용 공고조차 나가지 않은 곳이 13.16%로 나타났다.

◆복지부, 입원전담의 늘리려 '유인책' 내놨지만 현장에선 "그 정도론 어림없다"  

이와 같은 일시적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료계에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입원전담 전문의의 확대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 달 13일 입원전담 전문의 2명 이상 과목에 전공의 정원 1명을 추가로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공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정도 유인책으로는 어림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전공의는 물론, 내과학회, 복지부 등 이해당사자 모두가 입원전담 전문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확실한 제도 확대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내과 전공의 의료공백이 현실화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이에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은 5일 본지를 통해 “현재 복지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입원전담 전문의 확대 방안은 '가벼운' 유인책에 불과하다”며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여부를 향후 병원 평가항목에 넣어 '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입원전담 전문의들은 직업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불만 

이처럼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모셔가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장에서 일하는 입원전담 전문의들은 그들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김준환 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내과 진료전담교수)는 "현장 입원전담 전문의들은 전공의가 하는 업무를 지속한다는 심적 부담, 불안정한 병원 내 역할 및 근무환경 등의 이유로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가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원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직업 안정성(50.0%) △레지던트 업무에 대한 심적 부담(41.7%) △급여(33.3%) △새로운 역할에 대한 부담(29.32%) △근무여건(29.2%) 등이 순서대로 꼽혔다.

대전협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입원전담 전문의 진로의 가장 큰 단점으로 '불안정한 고용(83.33%)'을 꼽았다. 실제 대부분의 입원전담 전문의가 계약직으로 채용되고 있어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지현 회장은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범단계이기 때문에 채용된다고 해도 이후 진로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태”라며 “근무여건 및 급여 부분에서도 전혀 메리트가 없는 상태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지원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만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환 홍보이사는 "국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 내‧외과 수련 기간 단축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정부 및 의료계 관련 단체들이 상호협력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안할 때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의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미리부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향후 상당한 규모로 발전할 것에 대비해 계획을 세워두는 등 실무를 처리하기 위한 별도 인력과 업무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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