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와 함께 하는 문화유산의 길
자연의 소리와 함께 하는 문화유산의 길
  • 김진국
  • 승인 2019.11.0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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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61) ‘가야산 소리길’
김 진 국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 진 국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경남 합천에 가야산 소리길은 고려시대에 몽골군의 격퇴를 기원하여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해인사로 향하는 길이다. 호국불교의 상징인 팔만대장경은 16년에 걸쳐 조상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판이다. 고귀한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으로 향하는 소리길은 역사와 자연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 아름다운 단풍과 한적한 시골 풍광이 어우러진 길
소리길은 가야산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길로 사계절 걷기 좋지만 특히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이 적격이다. 홍류동이란 붉은 가을 단풍에 흐르는 물까지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작점인 테마파크에서 종점인 영산교까지 약 6km의 길을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치유의 길이다. 아름드리 푸른 소나무들의 어울림으로 숲 속 청량함이 더해져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가야산까지 내려가는 길 주변으로 벌써 완연한 가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야산 입구에 다다르자 오색 단풍 옷으로 갈아입은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대장경테마파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리길 시작점으로 향한다. 소리길 표지석 아래에 “우주만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완성된 세계를 향하는 깨달음의 길”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처음 시작 구간은 한적한 시골 풍광을 즐기며 걷는 여유의 길이다. 고개를 숙인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어 바람소리를 들려준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감나무에는 잘 익은 감들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어디선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을 강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조그만 마을의 집들을 지나니 숲길의 시작점인 소리길 탐방지원센터다. 길가에는 숲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주는 다양한 안내판들이 늘어서 있다. 나무들의 재미있는 이름 중에 때죽나무는 나무의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를 떼로 죽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조상들의 재치가 정말 기발하다.

■ 자연의 소리와 오색 단풍의 향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길
나무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옆으로 누워 명상에 잠겨있는 석불님께서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명상 속에 소리길에서 세월 가는 소리를 듣고 있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시다. 흙길을 따라 바닥에 글이 새겨진 돌판들이 눈길을 끈다. 이어질 듯 알 수 없는 내용의 글자들이 나란히 씌어있다. 사람의 장기가 이어진 글판에서 ‘콩팥’이 먼저 보이는 것은 직업병인가 보다. 글판을 읽으면서 걸어가니 조그만 연못에 징검다리가 나타난다.

계곡을 따라 곱게 물든 단풍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물위에 비춰진 그림은 저절로 감탄이 나오게 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4번 넘나드니 해인사 일주문이다. 햇빛에 반사된 새빨간 단풍잎의 색감이 너무 아름답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니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의 자취가 남아있는 농산정이 계곡과 함께 한다. 자연의 소리를 벗 삼아 명상에 잠겨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길을 따라 언덕 끝에 오르니 멀리 산봉우리의 단풍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계곡을 따라 길게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길에 단풍의 멋진 배경이 어우러지니 모두들 작품사진을 만드느라 정신없다. 동심으로 돌아가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는 어른들을 보니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분이다. 해인사 갈림길에서 치인교로 향하는 길의 가로수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다. 주차장을 둘러싼 은행나무들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3시간의 걷기일정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시간 여유가 있으면 출발점에 있는 대장경테마파크를 들러서 대장경의 제작과정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 화엄종의 근본 도량이자 팔만대장경 등 많은 유물이 있는 해인사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필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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