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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저지' 총력전 선언
의료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저지' 총력전 선언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1.04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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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개인건강정보를 민간보험사에 공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정부 입장 선회에 의협, 지난 2일 긴급이사회 열고 법 개정 저지에 뜻 모아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전자화 및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 저지를 목표로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2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의협이 중심이 돼 의료계가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법 개정을 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 법안에 대해 최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당국이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의협은 5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 인근에 있는 고용진 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개정안에 대해 "실손보험료 소액청구를 손쉽게 해 국민의 편의를 증대하려는 법안이 아니라, 청구대행 강제화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 등 빅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겠다는 법안"이라며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것이 본질적 목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의협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담은 홍보물 5만부를 시민들에게 배부하기도 했다.

시도의사회에서도 의협을 지지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간보험사에 모든 이익이 돌아가고 국민과 의료기관에게는 피해만 존재하는 개정법안을 규탄한다”며 법안 발의를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에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9만1000여 곳이 넘는 요양기관과 20곳의 보험회사를 연결하게 된다는 내용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심평원이라는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개인건강정보 등을 수십 개의 민간보험회사에 공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민간 보험사들이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심평원을 통해 개인의 건강정보를 확보해 이를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보험 가입 혹은 연장을 거부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이같은 조치는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로 이어져 보험 가입자에게도 손실을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다. 

강원도의사회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최초로 제공한 의료기관을 비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곧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의사회 역시 “심평원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민간보험사에 편의를 제공하면서까지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악의적인 민간보험사의 농간에 집권여당의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는데, 과연 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편에 있는지, 민간보험사의 이익 앞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지난 4일엔 전남의사회가 해당 법안에 대해 보험사의 이익만 챙기는 법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역시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전자화 및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운영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한편,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의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이 진료비 증명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서류를 보낼 때에는 심사평가원이나 전문 중개기관을 경유하도록 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입법취지 자체가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얻기 위한 것이란 판단에서다. 

의협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일반 국민들에게도 알리는 동시에 법안을 발의한 두 의원에 대해서도 강력 규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이미 휴대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서류를 보내도록 집요하게 요구하는 배경에는 결국 보험사가 액수가 큰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보험업계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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