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태, 환자도 안전할 수 없다
[사설]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태, 환자도 안전할 수 없다
  • 의사신문
  • 승인 2019.11.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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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에 대한 폭력사태가 또 발생했다.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외과의사의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을지대 병원에서 한 환자가 과도를 꺼내 담당 의료진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후 재활 치료도 거부한 채 장애 진단만 계속 요구해오다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해 패소하자, 담당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형외과 교수인 의사는 왼쪽 엄지손가락이 거의 절단된 상태로 심각한 상태다. 또 다른 피해자인 석고기사 역시 팔뚝 부위에 부상을 당해 치료받고 있다.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의료인 폭행방지 대책 발표 및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TF를 구성했다. 국회에서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의료법 개정안 및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의료인에 대한 폭력 근절의 계기를 마련했으나, 의료진에 대한 폭행 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달 25일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에 대한 캠페인 등 국가의 적극적인 홍보가 아직도 미흡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법적․제도적 보완책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및 의료계는 ▲사회안전망 보호차원으로 의료기관 내 폭행 등 강력범죄 근절법안 마련(반의사불벌 규정 폐지, 의료인 보호권 신설 등),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 배치에 대한 정부 비용지원 등을 주장해왔다.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美 하원은 지난 2016년 '작업장 안전보건: 직장 폭력으로부터 의료 종사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추가 노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법무국 통계 자료를 토대로 73만건 이상의 의료 직장 폭행 사례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산업은 업무상 폭력으로 인한 부상 발생률이 가장 높다. 특히 정신과, 가정건강, 개인 간호 의료진들이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16년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근로자 중 69% 가 심각한 업무상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다. 미국 응급의사 3,500명 대상 조사에서 47%가 직장에서 신체적 폭행을 당했으며, 10명 중 8명이 폭력행위가 환자 치료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미 美 9개 주에서는 특정 유형의 의료 시설에 대해 작업장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본 사건은 장애진단서 작성 요구 등과 관련 환자가 앙심을 품고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인이 의학적인 지식과 양심에 따라 진단서와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의료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의무이다. 이를 무시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이차적 이득을 목적으로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의무기록 수정을 요구하는 행위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의료진에 대한 폭행의 정도가 이미 도(度)를 넘어섰다.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태는 직·간접적으로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준다. 당장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의료기관 폭행문제는 지체 없이 개입이 필요한 응급 상황에 처해 있다. 전세계 각국이 의료기관 내에서의 폭력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지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은 여전히 미약하다. 국민건강권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 관련 법적․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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