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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九旬) 맞은 동부병원, 고령화시대의 총아로 거듭나다
구순(九旬) 맞은 동부병원, 고령화시대의 총아로 거듭나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1.0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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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옛 을지로 훈련원 터에서 '부영진료소'란 이름으로 시작
"치료비 최대한 저렴해야 한다" 기치로 내걸고 공공병원 입지 다져
재정적 어려움 딛고 수익성 개선, 고령화 시대 맞아 역할 증대 전망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동부병원' 입구에는 '서울특별시 동부병원 개원 90주년'이라고 쓰여있는 대형 플래카드가 건물 전면에 걸려있다.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전국의 어지간한 병원보다도 역사가 훨씬 오래됐다. 하지만 서울 토박이들 중에도 막상 동부병원이란 이름을 들으면 생소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동부병원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의료 취약계층을 주로 진료하는 공공병원이다. 서울 시내에는 동부병원 외에도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서남병원, 서북병원, 북부병원, 어린이병원, 은평병원, 보라매병원 등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 동부병원은 서울의료원을 제외하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간혹 연세가 많은 시민들 중에는 동부병원 대신 '시민병원'이란 이름이 익숙할 지도 모르겠다.

서울시립 동부병원이 개원 90주년을 맞아 고령화 시대, 시민을 위한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을지로 훈련원 터에서 시작, 어느덧 개원 90주년

동부병원은 지난 1929년에 설립됐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개원일자는 3월 무렵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옛 을지로 훈련원 터인 현 국립중앙의료원 자리에서 '부영진료소'란 이름으로 진료를 시작한 것이 동부병원의 시발점이다.  

1934년 8개 진료과, 46병상으로 증설하면서 이름도 부민병원으로 바뀌었다. 일제 치하였던 당시 서울의 명칭은 '경성부'였고, 경성부민들을 치료하는 병원이라 하여 '부민병원'으로 명명한 것이다. ‘부민을 위한 병원이니 마치 모든 것이 부민본위이어야 할 것은 물론, 치료비, 입원비도 최대한 저렴해야 한다'는 모토로 공공병원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38년에는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용산 분원까지 설치하게 된다.

1945년 해방과 함께 경성부가 서울시로 바뀌면서 병원 이름도 자연스럽게 서울시민을 위한 병원이란 의미에서 ‘시민병원’으로 바뀌었다. 이후 1957년에 동부시민병원으로 이름을 개칭하면서 현 동대문구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된다.

동부병원은 지속적으로 규모와 기능을 확대해 왔다. 현재 병상 규모는 200병상 규모다. 지난 2006년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시작해 현재 복지부가 선정하는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2014년에 환자안심병원을 시작해 현재 전 병동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는 완화의료 도우미 제도를 시행해 환자들의 간병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옛 을지로 훈련원 터에 자리했던 1945년 시민병원 시절의 모습
옛 을지로 훈련원 터에 자리했던 1945년 시민병원 시절의 모습

◆1인당 외래비, 대학병원 3분의1 수준···적자 날 수밖에 없는 구조

오랜 시간 동안 서울시민의 건강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이 강하지만 재정적으로는 그다지 건강하지 못했다. 병원 이용객의 70%가 취약계층인 데다가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동부병원의 1인당 평균 외래진료비는 4만4000원 수준이다. 이에 반해 서울아산병원의 평균 외래진료비는 14만원에 육박한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료 인프라 또한 최신 설비로 무장한 대형 병원들에 비해 낙후될 수밖에 없다. 

현재 동부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의 인건비는 대형병원 대비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환자는 물론 의료인들도 점점 더 공공병원 근무를 기피하고 대형병원 근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 중인 동부병원 입장에서는 이 때문에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좀처럼 수익을 내기 힘든 공공병원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 가운데 공공의료에 쓰는 돈은 전체의 1%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 및 아시아 개발도상국들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공공병원은 의료 질 떨어진다?'···최신 의료기기·편의시설 들여와 일반 환자 유치

동부병원은 이와 같은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환자들 사이에서도 '공공병원은 상대적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현실인 만큼, 이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래 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최신 의료기기를 들여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동부병원은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추가적인 보조금을 지원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돈으로 대대적인 의료기기 교체작업을 벌여 20년 이상 된 낡은 기계들을 교체했다.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먼저 병원 앞에 휑하니 자리잡은 공터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또한 병원 내 강당을 수리하고, 편의점을 유치하는 등 일반 환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로써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에게도 사랑받는 공공병원이 되겠다는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병원측에 따르면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최근 외래 환자가 늘면서 병원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빈곤층이 많은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공공병원으로서 동부병원의 역할 또한 커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김석연 동부병원장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병원의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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