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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무장병원 적발해도 되찾는 돈 2~3% 그쳐···특사경 도입해야"
[인터뷰] "사무장병원 적발해도 되찾는 돈 2~3% 그쳐···특사경 도입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28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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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서울본부 김덕수 본부장·임현정 변호사 인터뷰
“특사경으로 사무장병원 수사기간 줄면 병의원 피해도 감소” 주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명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 요양기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 공단 서울지역본부가 주최한 ‘불법개설기관 근절 방안 포럼’도 특사경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포럼이 끝난 후 주최 측인 공단 서울지역본부 김덕수 본부장과 임현정 전문연구위원(변호사)을 만나 특사경 도입 필요성과 관련한 공단의 입장을 가감(加減)없이 들어봤다.

먼저 김 본부장은 사무장병원의 편법 수단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건보재정 누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검사의 지휘를 받아 불법으로 사무장병원을 개설하는 범죄를 수사하고 단속을 강화하려면 특사경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특사경 도입 시 우려되는 수사 오·남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급자단체와 법률전문가, 경찰 등이 참여한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수사 개시 전에 적절한 수사 대상을 선별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사경은 어디까지나 사무장병원 수사에만 국한될 뿐,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부당청구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임현정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받는 의료기관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되면 이 기간 동안 해당 의료기관의 피해 또한 막중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특사경이 도입돼 수사 기간이 단축되면 의료계에도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다음은 김덕수 본부장과 임현정 변호사와의 1문1답.

Q. 최근 들어 공단이 특사경 도입에 목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다. 이번 포럼을 서울지역본부가 개최한 배경은 무엇인가?

김덕수 본부장: 현 정권 국정과제인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건보재정을 관리하는 공단 입장에선 재정누수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런데 사무장병원은 더 늘어나고 수법이 진화함에 따라 적발도 더 어려워지고 있어 오히려 이에 따른 재정누수가 크다.

서울본부는 지역 특성상 전문가 목소리를 가장 잘 경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목소리들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원주에 있는 공단 본부 대신 서울 본부가 나서 이번 포럼을 주최하게 됐다. 

Q. 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패널로 초청하지 않았나?

김덕수 본부장: 그동안 불법개설기관 관련 포럼이나 토론회 등을 개최할 때마다 의협을 초청했는데 사실 사무장병원은 요양병원 문제가 크기 때문에 이번에는 공급자단체 몫으로 의협 관계자를 초청하지 않고 요양병원협회 관계자를 초청했다.

Q. 공단은 과거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주장할 당시 공식 의견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불법개설기관뿐만 아니라 부당청구 등 다른 요양기관 관련 단속을 위해서도 특사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우선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해 특사경이 부여되면 추후 법 개정을 통해 부당청구 등 단속을 위해서도 특사경이 부여되는 것 아닌가.

김덕수 본부장: 현재 국회에 불법개설기관뿐만 아니라 부당청구까지 단속하기 위해 공단에 특사경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현재 공단은 불법개설기관 단속에 국한해 특사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Q. 공단에 특사경이 부여돼 불법개설기관 개설 범죄 수사 과정에서 부당청구 등 다른 범죄사실이 발각되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의료계는 공단에 특사경 부여 시 수사 오·남용이 발생하거나 공단이 권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덕수 본부장: 단속 과정에서 부당청구로 볼 수밖에 없는 행위가 발견되면 현지조사 담당부서에 넘기게 될 것이다. 수사 개시 전 의심이 되는 기관을 선정해 단속하기 위해 공단은 의료공급자, 경찰, 법률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공급자단체도 참여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권 오·남용 문제는 이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임현정 변호사: 부당청구는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사무장병원 수사 과정에서 부당청구가 발견되면 다른 조사권한자가 담당하게 될 것인데 공단은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절차를 마련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Q. 특사경 부여 시 전국 시군구 단위까지 퍼져있는 178개의 공단 지사에서 담당하게 되면 지역유착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김덕수 본부장: 특사경이 부여되더라도 지사까지 (권한이) 내려갈 업무는 아닌 만큼, 6개 지역본부 중심으로 통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역본부에서 본부로 전달해 조사가 이뤄지고 위원회에서 심의를 맡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Q.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해 과연 특사경이 최선인가? 외국에서는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를 설치·운영하거나 지역의사회에 자율규제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부정한 의료행위에 대한 자율규제 권한을 갖기 위한 취지로 서울시의사회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 추이를 봐도 건강보험료 징수·관리 기관에 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례는 없다.

김덕수 본부장: 물론 특사경보다 더 좋은 수단이 있다면 특사경 도입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에게 자정(自淨) 의지가 있고 불법청구가 실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특사경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최근 사무장병원의 각종 편법 수단이 점점 더 진화하면서 과거 7% 수준이라도 됐던 사무장병원에 대한 부당이득 징수율(전체 환수결정액 대비)이 최근 2~3%로 확 줄어버렸다. 또 과거 1500여 개 정도하던 사무장병원이 올해에만 150개 정도 더 생겼다. 이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와 행정력 낭비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공단에 특사경 부여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행위별수가제에 기반한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다. 보험자에게 경찰권을 부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된다고 본다. 의사들 입장에선 불법행위를 하지 않으면 상관없을 것이고, 특사경 도입으로 사무장병원 적발이 강화되면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선량한 의료기관들의 수익도 증대될 수 있다. 일부 의사들이 특사경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임현정 변호사: 지금은 사무장병원 적발이 어렵다보니 수사가 장기화되고, 수사 기간 동안은 요양급여비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폐업하거나 경영이 극도로 악화되는 등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공단에 특사경이 부여돼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 기간이 단축되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메리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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