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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사 11월호 중환자실에서 (고신옥 중앙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중환자진료센터장/외과계중환자실장))
서울의사 11월호 중환자실에서 (고신옥 중앙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중환자진료센터장/외과계중환자실장))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0.2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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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는 고신옥입니다.
저는 지난 30여 년간 중환자실에서 전담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는 전담 의사를 중심으로 다학제 간 중환자 전담 진료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중환자 전담 진료팀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나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환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환자의 치료 결과가 많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한편 중환자의학은 중환자실 환자뿐만 아니라
중환자실 입실 전의 환자나 퇴실 후의 환자를 포함하여
상태를 모니터하고, 이상 소견 발견 시에 진단과 치료에 적극 개입 등으로
진료 범위를 많이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환자의학의 변화 및 발전과 더불어
앞으로도 중환자 전담팀은 중환자의 쾌유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꾸준히,
제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중환자실, 중환자의학에 평생을 매진해온 의사가 있다. ‘중환자실의 대모’, ‘중환자의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라 불리는 고신옥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고 교수는 매일 환자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일로 하루를 연다. 중환자 치료는 물론 스태프 교육까지 이따금 지칠 법한 순간에도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임한다며 미소 짓는다. 긴 시간 중환자실과 중환자의학에 열정을 쏟아온 고 교수와 유의미한 대화를 나눴다. 

 

 

고신옥 중앙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중환자진료센터장/외과계중환자실장)

 

고 교수는 1980년 마취과 전문의 취득 후 대한중환자의학회 창립 멤버 중 한 분인 스승의 권유로 중환자실 근무를 시작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에서의 역할이 나뉘어지지 않았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당시를 떠올리며 ‘무슨 이유로 이 길을 택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분명 첫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을 테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미숙한 법이다. 하지만 무수한 시간이 겹겹이 쌓이면서 고 교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중환자 관리 전문가가 됐다. 1983년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임교원으로 부임한 이후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주임교수,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장 및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는 정년 퇴임 후 중앙대병원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중환자 진료 환경 개선과 발전에 매진해온 고 교수는 중앙대병원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데 기쁨을 느낀다.

“평생 해온 일을 다시 의미 있게 하고 있으니 행복하죠.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중환자실 업무에만 매진해온 중환자실 전담 의사로서 중앙대병원에서도 중환자 관리와 의료진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초창기에 비해 중환자의학이나 중환자실 전담 의사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 교육, 지원 등의 수준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들이 많아요.”

중환자실은 병원에서 환자 진료 흐름의 통합부서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고 교수는 말한다. 특히 중환자실 전담 의사를 배치하면 환자 예후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며, 수준 높은 중환자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포지션이라고 덧붙인다.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과정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등 30년 이상 우리나라 중환자 진료 환경 개선과 수준 향상에 매진해온 그에게 향후 중환자의학이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요즘 중환자의학은 중환자실뿐 아니라 중환자실 입실 전, 퇴실 후 환자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치료, 진단 개입 등으로 진료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중환자실 환자 전담 의사 중심의 다학제 진료팀 운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환자에게 안전하고 높은 질의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중환자실 진료팀의 역할이 중요하죠. 또 중환자실 진료팀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중환자실 전담 의사 인원 확충과 교육, 전담 의사의 과로에 대한 지원과 보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이사장과 아시아태평양중환자의학회 회장 등을 통해 헌신해온 고 교수는 환자와 병원 나아가 국가를 위해서도 중환자의학 현안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전한다. 따라서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20~30년 후 미래 발전 방향을 계획해야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요구에 맞춰 학회 역할도 조율할 필요가 있겠죠. 무엇보다 국민의 질병 예방과 건강한 삶 유지를 위해 직접적으로 다가가 교육하고 홍보해야 해요. 그리고 응급실 환자만큼 중환자실 환자도 사회의 관심을 받았으면 합니다. 중환자를 포함한 국민 건강관리에 대한 학회의 계획은 의료정책 행정 당국과 협의하여 의료 정책에 반영되길 바랍니다.”
‘Right Away, Right Time, Right Way’,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고 좋은 치료 결과를 위해 전담의사의 역할이 중요할 때마다 고 교수가 중환자실을 묵묵히 지키며 가슴에 품어온 문구다. 위급한 환자와 슬픔에 빠진 환자의 가족, 고된 업무에 지친 의료진들을 신념대로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의 꾸준함과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체구로 긴장의 나날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아찔했지만 지금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은 일화를 고 교수는 털어놓는다.

“2005년 4월 세브란스 새 병원이 지어지고 기존 병원에 있던 제1중환자실, 제2중환자실 환자를 새 병원 중환자실로 옮길 때가 떠올라요. 사전 리허설을 거친 후 이사 당일 안전하고 신속하게 환자들을 이송했죠. 새 병원의 의료장비가 잘 작동되는지 무수히 체크했는데… 그때 정말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일명 ‘김할머니 존엄사 판결 사건’도 떠올라요. 의학적인 측면에서 참고인 진술을 했는데 사회적으로 무척 이슈가 된 사건이었기에 부담감이 컸어요.”

장기공여 뇌사자, 중환자실 입실 수술환자 주치의 등을 맡았던 일도 고 교수의 머릿속엔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는 욕심 없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 수 있게 됐다며 웃는다. 향후 목표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항상 꿈과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고 교수.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 의료진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지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중환자실 환자들이 삶의 의지를 가지도록 의료진들의 도움 외에도 가족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환자가 삶의 의지를 품을 수 있게 가족분들께서도 따뜻하게 손잡아주고, 말 걸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하나의 팀으로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협업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죠.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도 우리는 우리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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