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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기반 수가 책정 위해 건보공단, 이번엔 서울대병원과 손잡는다
원가기반 수가 책정 위해 건보공단, 이번엔 서울대병원과 손잡는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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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서울대병원, 24일 업무협약식 개최
서울대병원 참여로, 타 국립대·상급종합병원도 참여할지 주목

건보공단이 원가에 기반한 적정 수가를 구축하고 원래 중증질환 진료와 연구·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이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번 사례가 다른 국립대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과 서울대병원(병원장 김연수)은 24일(목) 오전 10시 30분 서울대병원 회의실에서 합리적 수가체계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정부 정책기조상 의료계가 점점 더 수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즉, 현 정부가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그동안 의료기관 수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비급여 진료 항목을 대거 급여화하면서 급여 수익만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적정수가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단은 이를 위해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에서 각각의 의료행위별 세밀한 단위에서 원가를 산출하고 이에 기초한 수가를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의료기관의 종별 특성과 기능을 반영하고, 진료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적정진료를 수행하는 대표성 있는 의료기관들들의 패널 참여가 필수적이다. 건보공단은 앞으로 이들과 함께 원가를 계산해 수가에 활용할 수 있는 고도화된 원가조사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단은 지난해 초 김용익 이사장 취임 후 ‘김용익 특공대’라고도 불렸던 급여전략기획단(TFT)을 구성, 이들이 중심이 되어 원가조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냈다. 급기야 지난 1월에는 급여전략기획단이 '급여전략실'이라는 정규 조직으로 편입되면서 이와 함께 폐지된 보험급여실에서 맡았던 약가 및 수가 업무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다.

현재 급여전략실 내 원가분석부에는 전문인력 10명(의사1, 회계사1, 원가분석사3, 간호사3, 통계1 등)을 포함한 20명의 직원이 배치됐다. 이들은 원가 기반 적정수가 산출을 위한 원가패널 의료기관 운영 및 관리, 원가자료 수집 및 검증, 원가분석 방법 모델을 정립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원가분석에 있어 무엇보다 대표성 있는 원가패널 의료기관의 원가자료를 조사하고, 가입자와 공급자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원가분석 방법론을 정립하여 합리적인 원가를 산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공단의 직영병원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산출한 원가를 기초로 종별, 지역별 패널 의료기관이 원가구조를 점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원가패널 의료기관으로 105개 요양기관(종합병원 70곳, 병원 16곳, 의원 18곳, 약국 1곳)이 참여 중이고, 지난 7월에는 5개 보훈병원, 8월에는 경북대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원가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대병원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는 서울대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공단은 앞으로 다른 모든 국립대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참여가 확대돼 중증종합병원 중심의 원가조사 체계를 확장하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역시 이번 공단과 업무협약을 통해 중증·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 중심의 진료모델과 수가를 개발하고, 1·2차 의료기관과의 경쟁관계를 탈피해 환자 공유 및 협력 체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단과 서울대병원이 상호 협력하는 분야는 △원가자료 수집 및 분석 △ 병원 임상‧원가정보 및 공단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한 공동연구 △ 합리적 수가 및 보건의료정책 결정을 위한 정보 공유‧인력교류 등이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실행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공단 내에서는 원가분석 관련 업무를 급여전략실, 정책연구원, 일산병원 등 여러 부문에서 진행하고 있다. 공단은 이들이 각자의 추진현황을 공유하고 상호간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일산병원과 원가분석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일산병원과 패널병원 원가자료의 비교분석 모형(급여전략실-일산병원)과 의원급 원가분석방법론(급여전략실-정책연구원)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협의체에는 회계‧경영분야 교수 6명, 회계사 1명 등 총 7명의 외부 전문가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앞으로는 공단과 일산병원 원가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원가자료를 공동활용하고 방법론 간 비교분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박종헌 공단 급여전략실장은 22일 공단 본부에서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나 “보다 정확한 원가 분석을 위해서는 보험자 직영병원뿐만 아니라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다양한 각 종별 의료기관의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이런 가운데 이번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계기로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원가패널의료기관으로 적극 참여함으로써 중증종합병원의 역할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적정보상의 근거를 본격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무협의체에 공급자 참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의협이 원가보전율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방적으로 원가를 산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연구결과가 어느 정도 수용성을 갖게 되면 당연히 공급자들과도 협의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단, 여기에는 공급자뿐만 아니라 가입자의 참여도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초대 급여관리실장에 임명된 박 실장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의사 출신이면서 빅데이터 연구 분야 전문가다. 이전까지 공단에서 전문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 급여관리실장에 전격 기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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