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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 오재원
  • 승인 2019.10.2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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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90)
오 재 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오 재 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부도덕과 저주가 재앙이 되어 돌아온 부메랑
16세기 프랑스 왕 프랑수와 1세와 그의 광대 트리블레의 부도덕성과 횡포를 고발한 빅토르 위고의 희곡 <왕의 환락>은 당시 처벌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군주와 귀족들이 온갖 방탕하고 악한 짓을 저지르는 사회 비리에 대한 도발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1832년 초연 당시 꼽추 광대가 왕의 암살을 계획했다는 설정으로 귀족과 평민 관객간의 격렬한 충돌을 야기하였던 이 연극은 오랜 세월 상연이 금지되었다. 그 후 베르디는 이 작품을 읽고 오페라로 만들기를 작정하고 대본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에게 대본을 부탁한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서 전제정치에 대한 혁명사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시기에 오페라 무대 위에서 왕의 암살계획 설정은 불가능하였다.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의 검열 당국은 이 작품을 ‘혁명적’이라며 공연을 제한하였다. 이에 격분한 베르디가 공연을 취소하자 검열관은 대외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여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 변경을 제안하였다. 원래 <저주>이었던 제목은 <리골레토>로 교체하고 프랑스 궁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가문인 이탈리아 만토바 공작의 궁정으로, 프랑수와 1세는 만토바공작으로, 트리블레는 리골레토로, 그의 딸 브란슈는 질다로 변경하여 1851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계속되는 검열로 중단되었고 1년 반이 지나 빈에서 성공한 후 전 유럽으로 급속히 퍼져나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베르디는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자리매김한다.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17번째 오페라로 그 후 발표된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와 더불어 그의 예술적 절정을 이룬 작품이다. 이전의 작품에서는 19세기 거장 로시니, 도니체티, 벨리니 등의 영향을 짙게 받았는데 이 작품부터는 과거와 결별을 고하하면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이 새롭게 정립된다.

이 작품에서는 이탈리아의 전통적이고 풍부한 성악적인 선율을 유지하면서도 서곡부터 고식적인 과거의 양식을 벗어나 ‘저주’의 테마가 강하게 관현악적으로 제시되는데 이는 오페라 전체를 거쳐 배경으로 깔린다.
또한 새로운 화성과 관현악법을 통해 감정과 분위기의 전달에서 절묘한 효과를 거두면서 과거의 ‘성악적 오페라’보다는 새 ‘음악 연극’형식을 한 당시로선 상당히 혁신적 작품이었다.

△제1막 제1장 만토바 공작의 궁정 무도회. 공작은 보르사에게 3개월 전 만난 아가씨에 대해 이야기하다 옆의 백작부인에게 호색적인 눈길을 주며 아리아 ‘이것도 저것도’를 부른다. 체프라노 백작은 이 모습을 보고 격노한다. 이때 광대 리골레토가 나타나 익살을 떨면서 백작을 희롱하자 백작은 화를 내며 나간다. 이때 공작은 리골레토에게 백작부인을 유혹할 테니 백작을 쫓아내라고 한다.

백작이 결투를 신청하자 일소에 부치는데 때마침 공작에게 딸을 농락당한 몬테로네 백작이 나타나 공작에게 달려들다 부하들에게 끌려 나간다. 리골레토가 그를 비웃자 백작은 “너도 아버지의 노여움을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저주한다.
제2장 교외의 리골레토 집. 집 앞에서 리골레토의 뒤를 스파라푸칠레가 따라오며 자기는 적을 없애는 자객이니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거취를 알려준다. 그 모습에 리골레토는 ‘그는 살인자’라고 독백하며 집으로 들어선다. 그의 딸 질다가 그를 반기며 이중창 ‘여인이여, 사랑스런 이 꽃을 보라’를 부른다. 그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며 하녀에게 철저한 문단속을 지시한다.

그가 집밖으로 나가자 학생으로 변장한 공작이 숨어든다. 공작은 질다에게 ‘사랑은 마음의 태양’을 부르며 사랑고백을 한다. 그녀도 교회에서 그를 보았던 터라 이름을 묻자 자기는 학생 ‘괄티에르 말데’라고 말한다. 홀로 남은 질다는 ‘그리운 그 이름’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간다. 복수심에 불타는 백작과 무리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질다를 유괴할 음모를 꾸미며 리골레토의 눈을 가리고 사다리를 잡고 물구나무서기를 시키고 그를 타고 담을 넘어가 질다를 유괴한다. 잠시 후 눈을 뜬 리골레토는 질다의 손수건을 보고 자신이 당했다며 공포에 싸여 외친다.

△제2막 공작저택의 어느 방. 공작은 질다의 유괴 소식을 듣고 모습으로 ‘그대의 눈물이 보일 것이다’를 부른다. 이때 부하가 공작에게 리골레토의 애인을 유괴했다고 하자 공작은 그녀가 질다라는 것을 알고 기뻐하며 그녀가 있는 방으로 간다.
리골레토는 마음의 상처를 숨기고 익살을 부리면서 분위기를 살핀다. 모두들 그녀가 그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다. 질다가 공작의 방에서 나오면서 아버지를 보고 달려와 품에 안기자 리골레토는 ‘울어라, 나의 딸아!’를 부른다. 그는 공작에게 딸을 보내달라고 애원하지만 부하들은 그를 놀리며 저지하자 ‘천벌을 받을 신하들아’를 부르며 애원하지만 이미 늦었다. 리골레토도 공작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제3막 스파라푸첼레의 여관 근처. 리골레토는 공작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질다는 그를 용서하라고 간청한다. 이때 병사로 변장한 공작이 여관으로 들어가며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부른다.
그는 스파라푸칠레의 누이 막달레나를 유혹하고 있고 이 모습을 밖에서 몰래 본 질다와 리골레토는 사중창 ‘사랑스런 기쁨의 딸’을 부른다. 공작의 변심에 실망한 질다는 퇴장하고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 살해를 의뢰한다. 스파라푸칠레는 살해준비를 하는데 막달레나는 오빠에게 공작을 살려주고 그 여관에 처음 들어오는 남자를 죽여 공작이라 속여 광대에게 주자고 한다. 그는 누이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를 엿들은 질다는 자신이 희생하기로 하고 남장을 하고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스파라푸칠레는 그녀를 칼로 찌른 후 리골레토에게 공작의 시체라면서 자루를 넘긴다. 리골레토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자루를 강으로 끌고 가는데 여관에서 ‘여자의 마음’을 부르는 공작의 노래가 들린다. 놀라 자루를 풀어보니 자기의 딸 질다가 죽어가고 있었다. 리골레토는 “재앙!”을 외치며 그 위에 쓰러지면서 막이 내린다.

■ 들을만한 음반
△티토 곱비(리골레토), 주세페 디 스테파노(공작), 마리아 칼라스(질다), 툴리오 세라핀(지휘), 라 스칼라오페라(EMI, 1955)
△피에르 카푸칠리(리골레토), 플라치도 도밍고(공작), 일레나 코투르바스(질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빈 국립 오페라(DG, 1979)
△세릴 밀른즈(리골레토), 루치아노 파바로티(공작), 조안 서덜랜드(질다), 리차드 보닌지(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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