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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결의’가 부러울쏘냐…국교 단절에도 이어온 38년 우정
‘도원결의’가 부러울쏘냐…국교 단절에도 이어온 38년 우정
  • 의사신문
  • 승인 2019.10.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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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의사회의 도원시의사공회(대만) 방문기 (上)
조 정 호중구의사회 총무이사(신한연세내과의원)
조 정 호 중구의사회 총무이사 (신한연세내과의원)

중구의사회와 도원시의사공회(당시 도원현의사공회)는 여러 훌륭한 선배님들이 애써주신 덕분에 1981년 12월 27일 자매결연 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후 상호방문을 통한 친선도모와 의학교류를 바탕으로 38년간 유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무엇보다 뜻깊은 점은 1992년 대만과의 국교 단절에도 두 의사회가 서신을 교환하며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도원시의사공회 창립 50주년과 60주년에는 중구의사회 임원진이 초청받아 도원시를 방문했다. 지난 2016년엔 도원시의사공회 회원들이 우리나라를 답방해 한강유람선에서 환영만찬을 개최한 바 있다. 이 같은 교류의 정은 이번 중구의사회의 3박4일 일정 대만 방문으로 이어졌다.

출발일인 10월 3일, 18호 태풍 미탁이 생각보다 일찍 남쪽으로 치우쳐 지나가 준 덕분에 비바람 그친 불그스레한 새벽 공항 가는 길이 오히려 상쾌함을 더해주었다. 우려했던 선물용 한과와 답례 만찬주에 대한 통관도 회원님들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함께 해결하는 중구의사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2시간여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도원공항에는 Huan-Fa Hsieh 도원시의사공회 회장님을 비롯해 예상보다 많은 임원진들이 직접 나와 우리 일행을 정성스럽게 맞이해주셨다. 약간의 어색함도 잠시, 도원시와 중구 의사회의 임원진들은 며칠 만에 다시 만난 듯 뜨겁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교류행사에 대한 기대를 가득 품고… 공항 환영식에서.
교류행사에 대한 기대를 가득 품고… 공항 환영식에서.

공항에서의 환영식이 끝나고 대만의 의료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견학 일정에 나섰다. 먼저 대만기업 포모사 그룹이 세운 Chang Gung Memorial Hospital의 ‘양성자치료센터(Proton Therapy Center)’를 방문했다. 포모사 그룹을 세운 고(故) 왕융칭 회장은 현대 그룹을 세운 고(故) 정주영 회장에 비견될 만한 입지전적인 경영자다. 이 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2015년 대만 최초로 양성자 치료를 시작한 이래 4개의 치료실에서 매월 2000여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다.

양성자 치료 센터 방문.
양성자 치료 센터 방문.

Huan-Fa Hsieh 회장님의 인사말씀 후 영상을 통해 병원에 대한 개략적 설명을 듣고 이후 직접 치료실로 이동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시스템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함께 방문했던 중구의사회 회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적극적인 학구열을 발휘, 끊이지 않는 관심과 질문으로 치료에 대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이날 방문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또한 우리나라와 대만의 의료 현황에 대해서도 정보를 공유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첫날 견학이 끝난 뒤 도원시의사공회에서 주관한 환영 만찬이 진행됐다. 호텔에서 부리나케 복장을 갖추고 만찬 장소인 Fullon Hotel로 향했다. 양편에 늘어선 도원시의사공회 회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만찬장에 들어가자 각자 이름이 적힌 테이블이 준비돼 있었다. 도원시의사공회 전.현직 회장님은 물론, 도원시 의료국장님, 전임 대만의사협회장님 등이 함께 하며 축하 말씀을 해 주셨다.

두 의사회의 교류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한 나전칠기 송학 문양.
두 의사회의 교류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한 나전칠기 송학 문양.

중구의사회에서도 정종철 회장님의 인사말씀을 필두로, 회원 소개, 두 의사회의 교류를 기념선물과 함께 축하해 주신 박홍준 서울시 의사회장님의 축하 영상 공개가 이어졌다. 이어 두 의사회는 각자 준비한 선물을 교환했다. 도원시의사공회에서는 깊은 의미를 담은 도자기를, 중구의사회에서는 나전칠기 송학 문양을 각 의사회에 선물했다. 이날 함께 해준 도원시의사공회 회원들에게는 별도로 한과 세트를 선물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려 12가지의 메인 요리가 하나씩 테이블에 올랐고 그 사이 ‘58도’ 금문고량주 잔이 익숙하게 오고갔다. 도원시의사회원의 색소폰 연주로 시작된 가무에 흥겨워지다 보니 금세 3년 전으로 돌아간 듯 두 의사회원들은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전날 ‘진한’ 환영 만찬의 여파로 이른 새벽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여행인지라 평소에 거르던 조식까지 든든히 챙겨먹고 여행에 나서려니 아침이 더욱 바빠졌다.
기차로 오가는 시간만 5시간인 ‘화련’. 처음엔 기차에서 눈이나 붙여볼까 했는데, 도심을 막 벗어나자마자 아름다운 대만의 바다와 산세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절경에 마음을 뺏기는 통에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자 가이드인 Jack이 대뜸 ‘세상에서 제일 큰 호수’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대만에 그런 큰 호수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사연인즉슨, 우리가 도착한 ‘칠성담’은 태평양에 맞닿은 해안인데, 이름에 호수를 뜻하는 ‘담(潭)’이 붙어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태평양에 맞닿아있는 ‘(칠성)담’이니 우스갯소리로 세계에서 제일 큰 호수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자갈 해변이라 해안에 퍼지는 파도소리가 참 좋았다.

칠성담 근처 호텔에서 뷔페로 점심을 먹은 후 화련 여행의 백미인 타이루거 협곡을 향해 출발했다. 가이드 Jack의 흥미로운 수다를 들으며 도착한 타이루거 협곡은 무더운 날씨에도 안전모까지 쓰고 걸어야 하는 불편함을 잊게 해줬다. 자연이 만든 웅장하면서도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풍광이 그저 놀랍고 신기했다. 연자구를 찾고, 구곡동 굽이길을 삼삼오오 걷다보니 1.6km란 거리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엔 어두워진 탓에 낮에 보았던 풍광을 볼 수 없어 다소 아쉬웠다. 대신 도착역인 송산역 근처 라오허제 야시장에 잠깐 들러 짧게나마 현지인들의 삶을 살짝 엿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시장 초입에 자리잡은 화덕만두의 풍미가 지금도 입안을 감도는 듯하다. 어디서나 “줄 서서 먹는 음식은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진리(眞理)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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