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환자 검사 안하고 돌려보냈는데, 귀가 후 사망···응급실 의사에 '집행유예' 확정
주취환자 검사 안하고 돌려보냈는데, 귀가 후 사망···응급실 의사에 '집행유예' 확정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0.2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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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해당 의사 "예견 어려웠다" 했지만
국과수 부검결과 등 토대로 "증상 살폈으면 뇌출혈 가능성 예견 가능" 판단

술에 취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별다른 검사 없이 귀가했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 환자를 진료한 의사에게 집행유예형이 확정됐다.

환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사소통도 어렵긴 했지만 단순 주취자로만 판단해 CT촬영 같은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특별한 조치 없이 주취환자를 귀가시킨 응급실 당직의사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사건은 2014년 5월 새벽 4시쯤 환자 B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A씨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B씨는 코피를 쏟으며 눈에 멍이 든 상태로 바닥에서 뒹구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으나 의료진에 협조하지 않고 "병원진료를 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결국 환자 비(非)동의로 인해 CT촬영 같은 추가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의료진은 환자 보호자에게 나중에 술이 깬 상태에서 다시 내원해 검사를 받도록 안내한 뒤 B씨를 귀가조치시켰다.

그러나 그날 오후 B씨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기 시작했고, 119 구급차로 해당 병원에 다시 이송됐지만 결국 두개골 외상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의사 A씨는 이 사건에서 "B씨의 뇌출혈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가 술에 취한 상태여서 CT 촬영 등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환자에게 촬영 협조를 구하기 어려웠다면 보호자에게 CT촬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추가 검사를 실시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봤다.

A씨의 판단과 환자 사망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감정서에서 B씨가 최초 병원 내원시 적절한 조치를 받았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환자가 코피가 나고 눈 주위에 멍이 들어 붓기가 있고 오른쪽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한 경위와 증상을 제대로 진찰했더라면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곧바로 CT촬영 등을 시행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호자에게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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