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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지부, 엉터리 연구결과 갖고 '의·한 협진 시범사업' 추진했다
[단독] 복지부, 엉터리 연구결과 갖고 '의·한 협진 시범사업' 추진했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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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단계 시범사업서 협진군-비협진군 간에 치료기간·비용 감소했다” 주장
실제로는 ‘중증도’ 고려 안해 ‘무용지물’···의료계 "복지부 결과대로면 노벨상감"

복지부가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규모를 더 키운 최종단계의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는 의·한 협진 2단계 시범사업 결과, 대상 질환의 치료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며 이를 근거로 3단계 시범사업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본지 취재 결과 협진군과 비협진군의 ‘중증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나 복지부가 내세운 시범사업 근거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복지부는 이번 3단계 시범사업이 끝나면 본(本) 사업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여서 이번 사태는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은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시행 계획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19일 열린 제1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복지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마지막 단계로, 규모나 투입 예산 측면에서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시범사업이 마무리된 후 본(本)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우선 참여 의료기관이 지난 2단계 시범사업에 비해 25개소 증가한 70개소로 확대됐다. 또 처음으로 협진기관에 등급별로 차등 수가를 부여해 1만1000원~2만3000원 수준의 협의진료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복지부가 이처럼 ‘역대급’ 의·한 협진 시범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근거로 삼은 '2단계 시범사업 결과 비교 연구 및 발표'가 너무나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2단계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진료분을 토대로 대상 질환에 대한 의·한 협진 결과를 도출했다. 그 결과 일부 질환에서 협진군이 비협진군에 비해 총 치료기간과 치료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3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3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근거로 삼아 발표한 2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 다빈도 질환 대상의 협진군-비협진군 간 총 치료비용 등 비교 결과
보건복지부가 3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시행 근거로 발표한 2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에 따른 다빈도 질환 대상의 협진군-비협진군 간 총 치료기간 및 치료비용 비교 결과

복지부는 2단계 시범사업 기간 동안 협진군이 비협진군에 비해 안면신경장애(G51)의 경우 총 치료기간이 7.95~9.93일 감소했고, 총 치료비용은 4만1617원~7만3419원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추간판장애(M51)의 경우 총 치료기간이 7.95~9.93일 감소했고, 총 치료비용은 4만1617원~7만3419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경색증(I63)의 경우에도 총 치료기간은 29.75~36.76일, 총 치료비용은 13만4039~23만2339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의·한 협진을 받은 환자들이 협진을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치료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상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협진군과 비협진군의 '중증도'가 같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중증도’가 같지 않은 일반 외래 환자들을 대상으로 협진과 비협진의 차이를 비교해 얻은 이와 같은 결론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의사회 한방대책특위 홍성진 위원장은 “같은 중증도가 아닌 각기 다른 상태의 경증환자들을 협진군과 비협진군으로 나눠 비교했다면 협진여부와 관계없이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만약 진짜로 의·한 협진을 통해 치료기간이 드라마틱하게 감소했다면 이건 정말 '노벨상'을 줘야 할 정도로 놀라운 혁신적 치료법이 될 것이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며 “국민의 혈세나 다름 없는 건강보험료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 관련 시범사업을 벌인 것도 모자라, 여기서 얻은 빈약한 근거를 토대로 본 사업까지 추진해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위원장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한 협진 2단계 시범사업의 치료 효과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90.6%가 만족한다고 응답한 것에 대해서도 “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 없이 협진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만족한다고 답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2단계 시범사업에 따른 협진 다빈도 질환 대상 협진군-비협진군 간 총 치료비용 등을 비교하면서 ‘성향점수매칭추정법’을 통해 협진군과 비협진군 간 비교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추정법에는 환자의 ‘중증도’는 고려되지 않는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성향점수매칭추정법은 상병코드를 통해 외래환자들의 연령, 성별, 지역, 의료기관 특성 등에 따른 차이를 비교한 것으로 여기에 '중증도'는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 결과에 중증도에 따른 비교가 없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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