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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 쾨헬번호 621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 쾨헬번호 621
  • 오재원
  • 승인 2019.10.15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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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89)
오 재 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오 재 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레오폴트 2세 대관식을 위한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둔 오페라 세리아
모차르트의 오페라 22편 중 마지막 두 번째 작품인 <티토 황제의 자비>는 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791년 9월 <마술피리>에 앞서 발표한 오페라이다. 음악과 극 내용에서 혁신적이었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를 발표했던 모차르트는 <티토 황제의 자비>를 발표하면서 1781년 작품인 <이도메네오> 이후 다시 전형적인 18세기 오페라 세리아로 회귀했다.

오페라 <코지 판 투테> 공연이 한창이던 1790년 황제 요제프 2세가 세상을 떠나자 <코지 판 투테>는 일찍 막을 내렸다. 이후 황제로 등극한 레오폴트 2세는 요제프 2세와 달리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치마로사나 살리에리의 음악을 더 선호했다. 당시 보헤미아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대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 레오폴트 2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대관식 장소를 프라하로 정하였다. 프라하는 대관식 축전 오페라를 모차르트에게 의뢰하였는데 이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티토 황제의 자비>이다. 모차르트는 레오폴트 2세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군주의 덕성과 관용을 칭송하는 피에트로 메타스타시오의 ‘티토 황제의 자비’를 골랐고, 카테리노 토마소 마촐라가 대본을 맡았다. 원래 <티토 황제의 자비>는 아리아가 25곡이나 들어 있는 전형적인 후기 바로크 오페라였는데 모차르트는 아리아를 7곡으로 줄이고 새로운 아리아 4곡을 추가하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었다. 이 작품은 그가 프라하로 가는 마차 안에서 작곡을 시작하여 18일만에 완성하였다고 한다.

티토 황제는 1세기 로마의 황제였던 실존 인물로 유대 원정에서 만난 베레니체 공주를 로마로 데려와 결혼하려 했으나 로마 시민들의 반대로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다.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죽은 뒤 황제가 되었지만 베수비오 화산폭발, 로마 대화재, 전염병 등과 싸워야만 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탁월했을 뿐만 아니라 관용으로 통치해 로마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전염병을 퇴치하려다 재위 2년 41세로 생을 마감하였고, 후세까지 크게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애매하고 기묘한 상호 관계와 심리 묘사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 오페라는 당시에는 인기였으나, 그 후 오랫동안 무대에서 거의 잊혔다가 최근 유럽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재연되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제1막 비텔리아의 방 티토의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게 밀려난 비텔리우스 황제의 딸 비텔리아는 티토와 결혼해 다시 권력을 얻고자 한다. 티토 황제는 원정 중에 알게 된 유대공주 베레니체를 사랑하지만, 로마 여성과의 결혼을 원하는 로마 시민들의 뜻에 따라 젊은 귀족 세스토의 여동생 세르빌리아를 아내로 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스토는 세르빌리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친구 안니오에게 이미 여동생과의 결혼을 허락한 상황이었다. 난감해 대답을 못하는 세스토 대신 안니오가 나서서 황제에게 세르빌리아의 덕성을 예찬하며 황제의 결정을 옹호한 후 세르빌리아에게 가서 황제의 뜻을 전하고 작별을 고한다. 두 사람이 부르는 이중창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사랑스러운 노래다. 세르빌리아는 황제에게 안니오와의 사랑을 밝히자 티토 황제는 그녀에게 감동받아 결혼을 허락한다. 비텔리아는 티토 황제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자신을 열렬히 숭배하는 세스토를 이용해 티토를 암살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티토는 마침내 비텔리아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비텔리아는 암살을 막으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세스토는 부하들을 시켜 로마에 불을 지르고 티토를 칼로 찌르지만, 실제로 칼에 찔린 사람은 티토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제2막 황실의 별궁 세스토는 절망감에 빠져 자살하려 하지만 안니오는 티토 황제가 죽지 않았음을 알린다. 경비대장 푸블리오는 황제 암살 미수범으로 세스토를 체포해 감옥에 가두고 원로원은 세스토에게 사형을 선고하지만 티토는 세스토의 배신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배후 없이 스스로 암살을 계획했다는 세스토의 진술을 듣고 배신감에 휩싸여 사형집행을 승인하자 자신이 존경하는 황제의 분노와 절망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세스토는 황제를 향한 노래를 부르며 오페라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한편 세스토가 끝까지 비밀을 지키며 사형을 당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비텔리아는 그를 희생시켜 가며 황제와 결혼하려 했던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끼고 결국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하고 비장한 아리아를 부르면서 콜로세움에 나아가 모든 것이 자신의 음모였다고 황제 앞에서 자백한다. 황제가 세스토와 비텔리아를 다 용서하고 그들의 결혼을 승인하자 로마 시민들이 모두 티토 황제의 자비를 찬양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 들을 만한 음반
△마크 페드모어(티토), 알렉산드리나 펜다첸스카(비텔리아), 베르나르다 핑크(세스토), 르네 야콥스(지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오케스트라(Harmonia mundi, 2006) △안토니 롤페 존슨(티토), 안네 소피 폰 오터(비텔리아), 실비아 멕네어(세스토), 존 엘리엇 가디너(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리스츠, 몬테베르디 콰이어(Archiv, 1992) △베르너 크렌(티토), 테레사 베르간자(비텔리아), 마리아 카술라(세스토), 이스트반 케르테즈(지휘),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Decca, 1967) △라이너 트로스트(티토), 힐레비 마틴펠토(비텔리아), 막달레나 코체나(세스토), 찰스 멕케라스(지휘), 스코티시 쳄버 오케스트라(DG,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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