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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비(非)의료인 문신시술 반대가 '밥그릇' 때문이라고?
의료계의 비(非)의료인 문신시술 반대가 '밥그릇' 때문이라고?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11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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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시술은 침습성 의료행위···간염·AIDS·헤르페스 등 감염 위험 상존
문신시술 늘어나면 제거 수요도 덩달아 증가해 피부과 수익은 늘어나
피부과의사회 "일자리창출 위해 전문가 의견 무시하면 결과 참담할 것"

정부가 비(非)의료인에게도 문신시술을 허용하기로 한 데 대해 의료계는 정부의 조치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문신시술이 언뜻 간단한 시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감염 위험을 비롯해 건강상 여러 위험요소가 잠재해 있기 때문에 장기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고도의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문신시술은 고도의 의료행위, 이미 불법시술로 인한 부작용 사례 차고 넘처

대한피부과학회(회장 서성준)와 대한피부과의사회(회장 김석민)는 11일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시술이 남발되면 반대로 제거 수술 수요도 높아져 피부과 전문의들의 수익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문신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간과할 수 없기에 전문가 양심상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판례상 문신시술은 침습성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의무기록을 10년 이상 장기간 보관하는 등 장기적인 위험성을 관찰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체계가 마련돼 있는 의료인에게만 시술이 허용된다. 문신시술로 인해 간염, AIDS, 헤르페스 전파 등 건강상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위험성을 간과한 채 무허가 업소를 통한 불법 시술이 횡행하면서 지금도 일반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지난 5월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은 무허가 업소에서 회당 15만 원을 받고 눈썹이나 아이라인 문신을 시술하거나, 1회당 4만원을 받고 글씨 문신을 시술한 업자들을 대거 붙잡았다. 이들 불법시술자들에게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시술 후 피부색소 침착을 비롯해 흉터, 피부괴사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엔 인천시 특별사법경찰이 오피스텔 등에서 눈썹 문신 등 불법 의료행위를 한 시술자들을 적발했다. 특히 이들이 문신을 시술하는 데 사용한 염료에서는 신경계통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 압수된 염료 19개 가운데 17개에서 중금속이 허용 기준을 넘어 납은 24배, 안티몬은 16배 많이 나온 것이다. 

이외에도 문신 등을 불법으로 시술받아 의학적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예정대로 허용하면 이와 관련한 부작용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의료계는 전망하고 있다.

◆문신시술 반대가 '밥그릇' 때문?···실상은 반대, "돈 때문에 건강 타협 못해"

일각에서는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시술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지나친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의료계는 "돈 때문에 건강과 위생을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문신 시술이 크게 증가하면 자연히 문신 제거 수요도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의 수익은 오히려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문신시술 증가로 국민의 건강을 심각히 위협할 것을 우려해 전문가 입장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가 문신을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음에도 감염 우려나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실제로 시술하는 병원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의사들은 수익이 아닌, 의료적 관점에서 문신시술에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는 5년 전부터 경찰청과 함께 ‘사랑의 지우개’라는 사업을 통해 문신을 지우는 시술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국민들 대다수가 문신허용에 큰 반발이 없다는 점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전문가 의견을 소홀히 한다면 분명히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문신법안 반대는 이러한 대의에 입각한 것이기에 정부는 법안의 제정에 앞서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협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고 유감을 나타내며 전면 취소를 요구했다.

의협은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행위는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그 부작용으로 다시금 의료기관을 찾는 수많은 진료사례들을 볼 때, 비의료인에게 문신행위를 허용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국가가 의료행위의 행위주체를 면허제도를 통해 한정하는 등 제한적 요소를 설정하고 있는 것은 국민 건강상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라며,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허용해 주겠다는 것은 국민건강권 수호 측면에서 의료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 발표를 전면 취소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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