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바이러스 학회장의 한탄···"기초 탄탄해야 좋은 치료제 나와, 국가적 지원 이뤄지길"
한타바이러스 학회장의 한탄···"기초 탄탄해야 좋은 치료제 나와, 국가적 지원 이뤄지길"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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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인으론 2번째, 한타바이러스학회장 취임한 송진원 고대의대 교수
한타바이러스, 다양한 연구로 독립과 승격···국내 연구인력은 미국 5분의 1 수준

지난 9월 2일 벨기에 루벤대학교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한타바이러스학회’ 이사회에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의 송진원 교수<사진>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 

송 교수가 소속된 고려대 미생물학교실은 지난 1976년 이호왕 교수가 세계 최초로 신증후출혈열의 원인균인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해 의학계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한타바이러스학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송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우리나라가 한타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연구 종주국으로서 다시금 관련 연구를 선도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송 교수는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에볼라, 메르스 등 다양한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 상황에서 학회의 역할이 큰 만큼 연구자들과 세계 보건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송 교수와의 1문 1답.

Q. 최근에 한타바이러스가 독립과로 독립했다. 어떤 의미를 갖나?

A. 바이러스나 모든 생물 분류체계는 속과 목 등으로 나뉘는데 다양한 연구를 통해 많은 종류의 한타바이러스가 발견돼 분류체계상 승격이 됐다. 일례로 식충목 동물에 속하는 두더쥐와 박쥐에서도 한타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우리나라 학자가 처음 발견한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독립과로 정식 승격한 것은 처음으로, 나름 큰 업적이라 생각한다.

Q. 서울바이러스, 무주바이러스 등 우리나라 지명이 붙은 다른 바이러스도 발견됐는데 이런 바이러스들도 한타바이러스에 속하나?

A. 그렇다. 초대 이호왕 회장이 시골쥐에서 한타바이러스를, 흔히 도시쥐라고 불리는 등줄쥐에서 서울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저는 딱쥐에서 임진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런데 출혈열을 일으킨 사례가 있어 검진을 하니 북유럽과 중부유럽에서 유행했던 신증후출혈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교차했다. 이게 우리나라에도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찾아본 게 무주산의 비단쥐에서 채취한 무주바이러스다. 최근에는 케이스가 많지는 않지만 제주도 딱쥐에서 제주바이러스도 발견했다.

Q. 사람 간에는 감염되지 않나?

A. 설치류가 숙주가 된 한타바이러스는 사람한테 옮겨지면 치명타를 준다. 아직까지 사람끼리 전염됐다는 정식 보고는 없다.

다만 남미에서 유행하는 한타바이러스 중 하나인 ‘안데스 바이러스(ANDV)’의 경우 병인이 다르다. 아시아와 유럽의 바이러스는 콩팥을 파괴해 병을 일으키는데 아메리카의 바이러스는 폐를 망가뜨려 급성질환을 일으킨다. 같은 급성질환인데도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달라 사람 간에도 전파될 수 있는지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Q. 현재 우리나라의 한타바이러스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한타바이러스의 경우 연구한 지가 꽤 오래돼 최근에는 방위사업청과 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쥐들이 운반한다. 쥐의 대변이나 소변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건조할 때 바람에 날려서 사람 호흡기에 들어가 감염된다.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추적하려면 바이러스 유전자 데이터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지난 2013년 화천 부대 소속 군인에게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는데 혈액 조사를 하니 철원의 등줄쥐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이 병사가 철원지역에서 야외기동훈련을 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병은 화천에서 했지만 감염은 철원에서 된 것이었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병사들이 훈련 시 쥐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환경개선작업을 함으로써 발병률을 많이 감소시켰다.

Q. 앞으로 연구발전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A. 초창기 한타바이러스 연구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많이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 방위산업청 등에서도 지원하는 등 과거에 비해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은 연구인력이 100여 명 이상이다. 유럽의 경우 한타바이러스 국제학회에 기초의학 의사뿐만 아니라 임상의사들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가 소속된 고려의대 소속 연구자들과 저의 제자가 가있는 한림의대 미생물학 교실, 국방과학연구소에 있는 연구인력을 다 합쳐도 20여 명 정도밖에 안된다. 

한타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기초연구 분야 의학자 양성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이다. 기초가 탄탄해야 임상에서도 좋은 치료제가 나오는 등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TF를 만들어서라도 국가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Q.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메르스나 사스 사태 등으로 알 수 있듯이 감염병은 한 번 문제가 되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는 만큼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면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보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한 분야를 평생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갖춰져 있는 점이 연구자 입장에서 솔직히 부럽다. 우리나라도 이런 풍토가 조성된다면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의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과학계의 숙원인 노벨상 수상도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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