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그리고 강제로 소변을 뽑히는 경우
압수수색, 그리고 강제로 소변을 뽑히는 경우
  • 전성훈
  • 승인 2019.10.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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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54)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여러 권한들을 행사한다. 그 중 ‘형벌권’은 국가가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권한 중 하나이다. 현대 국가는 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해 먼저 형벌권 행사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기관들(경찰, 검찰, 법원)을 설치한다. 그리고 형벌권을 쪼개어 그 기관들에게 일부의 권한만 나눠준다. 그리고 서로 견제하면서 형벌권을 행사하도록 만든다.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 온지는 수천 년이나 되었다. 그간 수많은 논의를 거쳤을 텐데, 현대 국가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채택했을까? 그것은 형벌권이 너무나 강력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권한인 형벌권의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는 경험적 반성에서, 현재에는 모든 나라들이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증거가 없다면 의심만으로는 형벌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증거의 확보가 아주 중요해 졌다.
‘임의제출’과 같이 피의자의 협력을 받아 증거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국가는 강제적으로 증거를 확보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강제수사’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압수’와 ‘수색’이다.

압수수색은 증거 수집을 위해 수사기관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매년 16만 건 이상의 압수수색이 집행된다. 압수수색은 보통 피의자의 집이나 사무실에 대해 이뤄지는데, 구체적으로는 휴대전화, 노트북, USB, 서류, 수첩 등을 확보하여 가져간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은 저장내용을 ‘이미징’한 후 피의자에게 가환부하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사람이 압수수색을 경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압수수색이라고 하면 흔히 ‘어사출도’와 같은 장면을 상상한다. 수사관들이 불시에 문을 박차고 들이닥쳐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물리력과 고성으로 제압한 후 증거를 마구잡이로 들고 나가는 장면이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수사관 몇 명이 압수수색 장소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거나 사람을 불러내어, 법관의 영장 발부사실을 알린 후, 관련자에게 옆에서 입회하라고 한 뒤 압수수색 장소에서 차분히 증거를 수집해서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예외라는 것은 항상 있기 마련이어서, ‘어사출도’ 장면이 가끔 연출되기도 한다.
압수수색시 ‘법관이 영장이 발부했다’고 알려주면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순순히 압수수색에 협조한다. 그러나 비협조적인 경우도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마약 피의자, 세칭 약쟁이들이다.

마약 피의자를 압수수색할 때에는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과 더불어, 마약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이뤄진다. 그래서 마약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 란에는 보통 ‘마약류 불법사용 도구’ 뿐만 아니라 ‘모발’, ‘소변’이 기재되어 있다.
마약 피의자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 도구는 그냥 가져가면 되고, 모발은 외부에 있으니 꼼짝 못하게 잡아놓고 뽑으면 되지만, 소변은 어떻게 얻어내는가? 이것이 바로 ‘강제채뇨’의 문제이다.

강제채뇨는 피의자가 임의로 소변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 강제로 도뇨관(catheter)을 요도를 통해 방광에 삽입한 뒤 체내에 있는 소변을 배출시켜 소변을 취득하는 것이다. 피의자는 뒤로 수갑을 찬 채로 포승에 묶여 의자에 앉혀지고, 바지와 팬티가 발목까지 내려진 후, 시행자가 한 손으로 성기를 잡고 한 손으로는 도뇨관을 집어넣는다. 전해들은 바로는, 소변을 빼낼 때 약간은 배뇨시의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마치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소변을 보는 기분이 들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이 든다고 한다.

이렇게 강제채뇨는 피의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강제수사일 뿐 아니라, 피의자에게 신체적 고통을 초래하거나 큰 수치심과 굴욕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강제채뇨에 관한 논의가 있어 왔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한 명확한 판결이 나왔다.

수사기관은 A가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단서를 잡고 A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의 압수할 물건에는 ‘A의 소변 30cc, 모발 80수’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경찰관들은 A의 주거지를 수색하여 사용 흔적이 있는 주사기 4개를 압수했다. 그리고 위 영장에 따라 소변과 모발을 제출하도록 A를 3시간이나 설득했는데, A는 계속 이를 거부했다.
결국 경찰관들은 A를 제압하고 수갑과 포승을 채운 뒤 강제로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근무 중인 응급구조사로 하여금 A로부터 소변을 채취하도록 해서 이를 압수했다. 그리고 이렇게 취득한 소변을 검사하자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A는 ‘압수수색검증영장의 집행과정에서 자신의 소변을 강제로 채취한 것은 영장의 불법적인 집행이다. 따라서 소변 검사 결과를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제채뇨의 허용 여부에 대해 ‘여러 요건들을 고려할 때 강제채뇨가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강제채뇨시 ‘의사, 간호사, 그 밖의 숙련된 의료인 등으로 하여금 / 소변 채취에 적합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춘 곳에서 / 피의자의 신체와 건강을 해칠 위험이 적고 피의자의 굴욕감 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그 방법을 판시했다는 점이다.

다만 위 판결은 강제채뇨의 시행자를 ‘의사, 간호사, 그 밖의 숙련된 의료인 등’으로 열거함으로써 경우에 따라 치과의사나 한의사, 조산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도 강제채뇨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는데, 통상 강제채뇨는 피의자가 물리적으로 반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므로 시행자의 전문성과 숙련도에 따라 피의자의 방광, 뇨관 등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판시 내용은 다소 의문이다.

위 판결이 강제채뇨의 요건 등을 명확히 한 점에서 진일보한 판결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보기 때문에 ‘의사조차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한 의료법의 취지를 반영하여, 그 시행자를 ‘전문의 등 숙련된 의사’로 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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