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과 은빛의 조화가 빚어낸 환상
초록과 은빛의 조화가 빚어낸 환상
  • 김진국
  • 승인 2019.10.0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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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59) 원대리 자작나무숲길
김 진 국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 진 국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

자작나무는 은백색의 화려한 외모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가는 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는 나무 중의 여왕이다.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에 한 장면으로 하얀 눈 위에 일렬로 늘어선 자작나무 풍광은 가히 인상적이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는 백두산에 오르면 가장 흔히 보이는 나무로 순수함과 고고함의 상징이다. 남한에서는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볼 수 있으며 그 중에서 인제 원대리는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이다.  

■ 예쁜 야생화와 신비한 곤충들이 함께 하는 즐거운 나들이길
휴일에 강원도로 가는 길이 막히는 것을 고려해서 서둘러 준비해서 소양호로 향한다. 예상대로 길이 막히면서 도착 예정시간은 자꾸 늘어진다. 그래도 막히는 고속도로 양쪽에 초록 산들을 보니 마음은 벌써 숲속에 있는 느낌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에 들어서니 비가 세차게 내리면서 잠시 쉬어가란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이곳의 명물인 막국수에 감자전을 시켜놓고 빗소리를 감상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자작나무숲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그칠 줄 모르는 비를 잠시 원망하며 준비해간 우비를 입고 나선다. 입구에 있는 지도를 보면서 오늘의 걷는 코스를 다시금 확인하고 원정임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를 맞아서 색깔이 더욱 선명해진 야생화들과 풀잎 위에 맺혀진 물방울들을 모델로 작품을 만든다. 널따란 나뭇잎을 가만히 보니 잎 뒤로 비를 피해 붙어있는 노린재들이 한가득하다. 마치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술래 몰래 숨어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땀과 비가 뒤섞여 습한 느낌에 우비를 벗고 우산을 쓰고 임도를 따라 오른다. 갑자기 어디선가 아주 익숙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부른다. 대학동창 친구로 부인과 함께 여행사 코스로 와서 벌써 숲을 둘러보고 내려가는 중이다. 안부 인사와 함께 자작나무 숲을 보러 가는 길에 대한 설명도 듣고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면서 보니 길 위 언덕으로 자작나무들이 하나 둘씩 보이며 숲이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왼쪽으로 작은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곳이 자작나무 진입코스의 시작점이다.

■ 화려한 은빛 자작나무들과 초록 숲터널이 이어지는 환상의 숲길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 은빛 자작나무들이 열을 맞춰 일렬로 늘어서 손 흔들며 빨리 오라한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꽃말처럼 우리가 오기를 애절히 기다려준 느낌이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서 여기에 연인끼리 사랑의 글귀를 쓸 수 있는 낭만적인 나무이다. 기름기가 풍부한 껍질은 불이 잘 붙어 불쏘시개로 유용하게 쓰였으며 나무의 이름도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목재로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보인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자작나무로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눈앞에 환하게 나타난 자작나무들이 안개와 어우러져 더욱 신비스런 풍광이다. 자작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주인공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고 우리 부부의 기념사진도 남긴다. 언덕 한편에서는 예쁜 추억의 사진을 찍느라 젊은 연인들이 셔터를 정신없이 누른다. 주변이 모두 자작나무로 채워지니 나도 모르게 감탄을 연발하며 이곳을 환상의 숲으로 부르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천천히 둘러보고 광장으로 가서 자작나무로 만든 예쁜 집을 사진 속에 담는다.   

돌아가는 길은 숲내음을 더 즐길 수 있는 탐험코스로 정하고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계단을 중심으로 양측으로 펼쳐진 자작나무 군락이 멋지고 화려한 풍경을 보여준다. 자작나무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터널로 접어든다. 비 온 후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고 우렁차다. 나무 사이로 바삐 오가던 다람쥐가 초록 잎에 반사된 조명을 받아 온 몸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숲길이 끝나고 임도로 들어서니 길가에 핀 꽃들에 벌과 나비들이 가득하다. 안내소 광장으로 돌아와서 자작나무로 만든 조각상들을 감상하며 3시간 환상의 숲 투어를 마무리한다.


TIP. 입산 가능 시간은 하절기에는 9시에서 3시까지이고 동절기에는 9시에서 2시까지이다. 산불예방과 산림보호를 위해 입산통제 기간이 있으므로 산림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7개의 다양한 탐방로 코스가 있으니 사정에 따라 선택해서 걸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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