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협의체 복원에 거는 기대
의정협의체 복원에 거는 기대
  • 의사신문
  • 승인 2019.10.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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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은 대체로 순탄치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와 의료계가 극단적인 비대칭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란 둘 이상의 이해 당사자들이 여러 대안들 가운데에서 모두가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의사결정과정이다. 의사들은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인해 권리를 침탈당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잘못된 구조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컨대 의정(醫政)협상의 경우에는 의료계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일방적인 관계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므로 협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둘째, 의정협상이 분배적 협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분배적 협상이란 협상을 통해 분배되는 가치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분배의 몫을 가능한 많이 차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상 유형이다. 분배적 협상 유형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상대방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적으로 간주되기에 모든 협상에서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 이분법적 결과를 낳게 된다. 예를 들어 의료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의과 영역 침탈 근절이나 의료전달체계 확립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아젠다를 가지고 협상을 벌인다면, 협상 역시 ‘사즉생’ 의 투쟁의 연속이 될 수 있다.

다양한 협상의 전력과 전술 중에서 ‘벼랑 끝 협상전략’은 상대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서로에게 나쁜 위기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강력한 투쟁 또한 협상의 하나의 전략과 전술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강경한 대응과 유화 제스처를 번갈아 사용하기 위해서는 협회 수뇌부에 대한 회원들의 강력한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강경론자가 갑작스레 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를 제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자칫 선명성 투쟁으로 인한 내부적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불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라는 국내 정치적 격랑을 고려할 때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과 투쟁 또한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선뜻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9월 11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보건복지부가 전격적으로 의정협의 재개를 선언했다. ‘진찰료 30%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의협이 대화 중단을 선언한지 약 7개월 만이다 8월 18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최대집 의협회장이 ‘사즉생의 각오로 대정부 투쟁에 임하겠다’고 한지 채 1달이 못된 시점이기도 하다. 의협은 지난 2월부터 ▲문케어 전면적 정책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 의과 영역 침탈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추진 즉각 중단 등 7대 선결과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의협 부회장)은 새로이 복구된 의정협의체 협상단 단장으로서, 의정협상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한 카드를 정부가 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단시간 내에 제도개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최우선 아젠다로 선정해 협상 테이블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금번 의정협의체 복원을 통한 대정부 협상은 투쟁과 이어지는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대화를 통한 협상이 난항에 빠질 경우 투쟁을 통해 강력한 의사표현도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협상도 투쟁의 한 과정이라고 볼 때, 금번 의정협의체 복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의료계와 정부가 협상을 통해 엉켜진 실타래의 첫 매듭을 잘 풀어나가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부와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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