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피과 살리기'에 달랑 1억···"정부는 전공의의 눈물 알까"
[칼럼] '기피과 살리기'에 달랑 1억···"정부는 전공의의 눈물 알까"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0.0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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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공의법 시행 3년을 맞아 개최된 국회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공의 수련 및 근무 문제, 전공의법 현장 적용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여러 의견들이 오갔다. 그 중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제는 기피(忌避)과 전공의 육성 문제였다.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이기도 한 손상호 대한전공의협의회 고문은 이날 기피과 전공의들이 처한 현실을 소개하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 일하던 주변 동료가 열악한 수련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떠올리다 감정이 북받친 듯했다. 손 고문 역시 기피과로 분류되는 예방의학과 전공의다. 

그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는 서비스과라는 이유로 일반 행정직원이 사용하는 계약서 작성을 요구 받은 전공의 사례를 비롯해 계약직 직원으로 계약해 정규직 전환없이 지도교수의 사비(私費)로 월급을 받던 전공의 사례까지 기피과 전공의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소개했다. 이어서 말도 안되는 적은 예산으로 기피과 전공의들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실제로 기피 과목 전공의 평균 충원율은 2017년 86.2%에서 지난해 79.2%로 떨어지더니 올해엔 73.4%에 그쳤다. 특히 병리과의 경우 35%, 방사선종양학과 26.1%, 핵의학과 10%로 저조했고 급기야 결핵과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0%를 기록했다.  

기피과라고 해서 결코 중요성이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다른 전공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의료공백이 생길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기피과가 처한 현실을 회피해선 안 된다. 

그러나 현재 복지부 전체 예산 72조 원 가운데 기피과 전공의 육성지원을 위한 예산은 1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2003년부터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이 매달 50만 원 가량 지급됐지만 그마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2016년부터 지원이 중단됐다.

이후 정부가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 기피과 전공의에 대한 해외연수 지원이다. 하지만 지원금액은 1억 원에 불과하다. 현재 10개 기피과목 전공의 정원이 571명인데, 이중 매년 40명에게 지원이 이뤄진다. 해외연수라면서 1인당 지원액은 왕복 항공비를 빼면 거의 남아나지 않을 평균 25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 의료 저수가 현상 등 복잡한 원인들이 얽혀있는 기피과 문제를 고작 예산 1억 원을 들여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부의 포부에 대해 손 고문은 "꿈도 야무지다"고 말했다.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없이 면피성 정책을 펼친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그것을 추진해 나가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크고 작은 부침을 겪는다. 때론 생사가 갈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산재로 인정 받은 신형록 전공의 사례를 두고도 정부가 전공의법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는지 의지를 갖고 좀더 면밀히 살펴봤다면 안타까운 젊은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리란 지적이 나온다. 

손상호 고문의 눈물엔 제대로 된 정부 지원 없이 열악한 수련환경을 열정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는 이 땅의 기피과 전공의들의 땀과 눈물이 함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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